"과로사 걱정 마세요, 죽으면 1억" 보험 광고에...항의 빗발쳐
by홍수현 기자
2024.12.03 16:39:10
中 996근무, 9시~9시 주6일 만연...896근무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중국 대형 보험사가 과로사 할 경우 1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홍보를 진행해 과로 근무 문화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일(현지시각) 중국 현지 매체인 샤오샹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핑안보험은 ‘996 열정근무 걱정제로 보험’을 출시했다.
‘966 근무’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동안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보험 상품은 과로사 또는 사고와 관련된 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최소 18위안(약 3200원)이다. 보험 가입자가 과로나 사고로 인해 사망할 경우 최대 60만위안(약 1억7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사 측이 공개한 광고에는 “야근이 두렵지 않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당신의 꿈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라”는 문구와, 오후 10시를 넘긴 시계와 함께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담겼다.
광고가 공개되자 한 보험설계사는 “돌연사나 사고에 대한 보장은 일반적이지만, 이 광고는 996과 같은 불합리한 초과근무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핑안보험 고객서비스 담당자는 “해당 상품은 타 보험사와 협력해 출시했으며, 현재 자사 플랫폼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체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직원 10명당 연간 3500위안(약 62만원)의 보험료로 돌연사와 의료사고 등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현지 누리꾼들은 “직원이 돈벌이 도구냐”, “보험을 만들 게 아니라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월급을 올려라”, “996은 엄연한 불법이다. 이 보험은 불법을 지지한 것”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극단적 근무 형태를 일컫는 ‘996’은 앞서 지난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연장근무 시간 상한에 관한 법률을 엄중히 위반한다는 사유로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만연해 있는데 심지어 올해부터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닝더스다이)가 996 근무를 뛰어넘어 주 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는 ‘896 근무제’를 시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중국 직장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20년 만에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4월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48.8시간으로, 2003년 주당 노동시간을 집계한 이래 최장 시간이다.
이에 중국에서는 과로와 관련된 사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에는 한 30대 중국인 남성이 직장에서 심장병으로 숨졌다. 이 남성은 사망하기 전 8일 연속으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