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M&A 막은 美…日 'US스틸 인수' 셈법 복잡
by이소현 기자
2024.03.05 17:24:47
바이든 행정부 기업 M&A에 강경 입장
닛케이 "US스틸 인수 검토 향방 주목"
트럼프도 ''반대'' 입장…美기업 인수 난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경쟁당국의 제동으로 미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자 일본 내에서는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 추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셈법이 복잡한 모습이다.
| 규슈 생산기지에 있는 일본제철 로고(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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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니혼게이자신문(닛케이)는 반(反)기업독점을 표방한 바이든 행정부가 각 기업의 M&A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대기업인 US스틸 인수를 어떻게 검토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조강량 세계 4위 업체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원)에 매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여야를 불문한 미국 정치권의 반발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닛케이는 바이든 행정부는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미국 당국을 통해 기업의 시장 독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결정력을 높일 수 있는 M&A는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 등 두 항공사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M&A 차단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소매업체, 헬스케어 등 광범위한 산업에 걸쳐 있다. FTC는 최근 미국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가 경쟁사인 앨버트슨스의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식품 가격 상승, 소비자 이익 감소, 직원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불법 합병이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전에 이를 막고 있다”고 M&A 차단을 옹호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정책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불만에 부딪히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실제 M&A 계획 포기로 인한 파산 사례도 나왔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미국의 약국 체인인 라이트 에이드(Rite Aid)는 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2017년부터 여러 M&A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작년 말 무너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7월 대기업의 과점 단속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거대 기업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40년 실험은 실패했다”며 “경쟁의 부재가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이에 FTC는 통신, 헬스케어, 교통,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의 M&A를 엄격하게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닛케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 당국의 반독점법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경쟁 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FTC가 “기업 활동을 부당하게 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위’ 산업정책을 강조하며,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시하고 있어 외국 자본이 미국 기업을 인수 하는 것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으로 꼽았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전미 운송노조(팀스터즈)와 만난 뒤 “(일본의 US스틸 인수를) 즉시, 무조건 막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닛케이는 일본제철이 4~9월 내에 US스틸 인수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제철은 이달 말 개최 예정인 US스틸 주주총회와 미국 내 인수 승인에 대한 실무 검토를 실시할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해외사업 담당 부사장은 이날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인수에 반대하는 미국철강노조(USW)와 본격적으로 직접 대화에 착수해 인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USW와 서면으로 소통했으며 기존 단체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실현되면 종합 역량을 갖춘 세계 제1의 철강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돼 인수의 운명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