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 'D-30'…가상자산거래소 ‘살생부’ 나왔다

by김미영 기자
2021.08.25 17:23:24

신고 요건인 ISMS 미신청 24곳 명단 공개
신청중인 18곳서도 ‘퇴짜’ 거래소 나올 가능성
9월25일부턴 영업중단·폐업 가능성
고승범 “피해 최소화 위한 범정부 대처”

[이데일리 김미영 김국배 기자] 정부가 25일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의 ‘살생부’ 격인 신고진행 현황을 발표한 건 한 달 뒤 특정금융정보법을 차질없이 시행하겠단 의도로 보인다. 야당과 업계에선 6개월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선 예정대로 9월25일부터 신고를 마친 거래소만 영업토록 하겠단 게 정부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암호화폐 거래업자 신고진행 현황을 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63개사 중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은 거래소는 7월 말 기준 24개사다. 현재 영업 중인 코인거래소의 40%갸랑이 향후 영업의 최소요건인 ISMS 인증 절차도 밟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지금처럼 영업하려면 개정 특금법 시행에 따라 다음달 24일까지 ISMS 인증을 획득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 신고를 마쳐야 한다. 인증을 얻지 못하면 영업을 중단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

ISMS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정보시스템의 관리적·기술적·물리적 보호조치가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통상 인증 획득엔 신청 이후 3~6개월이 소요된다. 아직 신청하지 못한 업체는 다음달 24일 이전에 인증 획득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미 ISMS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의 경우라도 FIU 심사과정에서 신고가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ISMS 인증 신청을 한 사업자도 KISA 심사과정에서 심사 탈락할 수 있다. 영업중단·폐업 거래소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ISMS 인증을 포기한 중소 거래소들 가운데 일부는 벌써부터 문을 닫고 있다. 실제로 ‘달빗’과 ‘데이빗’은 지난달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한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거래소들이 신고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ISMS 인증을 받았다해도 은행 실명계좌 확보가 불투명해 사업영위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줄폐업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이들 거래소 투자자들에도 경고음이 나온다. 당장 9월24일까지 예치금·암호화폐를 인출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가상자산 투자손실은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할 것이나 미신고 사업자의 폐업·불법행위 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예치금·암호화폐 인출·이동 불가, 횡령·사기 등의 피해 발생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투자자엔 예치금 인출 등을 권고했다.

정부는 특금법의 차질없는 시행을 대비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관련 사기 수사 등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 4월 1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암호화폐 투자를 빌미로 한 사기·유사수신 등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여 총 141건으로 520명을 수사·검거했다. 검·경은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범죄수익 2556억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면 원금초과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5만여명에게서 2조2133억원(재투자금액 포함시 3조8400억원)을 편취한 대형 사기사건이 포함됐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파악한 피의자 77명 가운데 7명을 구속했고, 2400억원을 몰수 보전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3503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사업자의 집금계좌를 전수조사해 11개 사업자의 14개 위장계좌를 발견하고 거래를 중단시키는 한편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다. 특별단속은 다음달 말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