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길어지며 자부심 흔들"…절박한 시기에 직원 사기까지 바닥

by양희동 기자
2019.06.17 20:40:05

초일류 기업 삼성, 인재경영 위기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 글로벌 위기 확산
檢 수사에 국내 이슈에 매몰될 우려 커져
한국 대표기업 답변 1년 새 11%p 급락
삼성 내부 위기 대처 능력 급격히 약화 우려

삼성전자 서초사옥 현관.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금 삼성은 회사 역량을 총동원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심각한 위기 상황이지만, 검찰 조사와 연이은 임직원 구속 등으로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자칫 제대로 대응을 못할까 두렵다”.

재계 순위 1위,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대외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의 수익성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 속에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동참 촉구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를 불러 “중국 거래 금지 조치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 내부는 임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핵심 기업 가치인 ‘인재 경영’까지 위협받고 있다.

재계에선 대외적 위기를 극복할 삼성 내부의 역량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 수사 과정에서 상당히 훼손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전략·인사·재무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8명이 구속되고,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TF는 부사장급의 임원의 구속과 정현호 사장의 소환 조사 등으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삼성 내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은 ‘집단 우울증’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다. 삼성의 핵심 가치인 ‘인재 경영’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최근 성인 남녀 4648명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집단’을 물었더니 ‘삼성’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70.2%(복수응답)로 나타났다. 2위인 LG(27.5%)와 압도적 차이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조사와 비교하면 한국 대표 기업으로 삼성을 꼽은 비율은 불과 1년 새 11.3% 포인트(81.5%→70.2%)나 급감했다.



삼성에 대한 젊은층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은 낮은 연차 직원들에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한 직원은 “다른 기업에 입사한 친구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 직원과는 상종 안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삼성 직원은 “다른 회사라면 크게 이슈가 되지 않을 사내 문제들까지 대대적으로 기사화 돼 삼성이 마치 문제가 많은 집단처럼 비쳐지는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인해 검찰 조사를 받거나 구속된 임원들과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로 구속된 임원과 같이 근무했던 한 직원은 “회사를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분들이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며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분이 한순간에 범죄자로 낙인 찍힌 것이 가슴 아프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이번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서의 임직원들은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 “여러 일이 정신없이 진행되니 평일 야간이나 주말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며 “일을 하다가 가끔 씩 알 수 없는 이유로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이 없는 일반 사업부 직원들도 삼성 관련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한 직원 “일반 직원들까지 업무에 지장이 가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직원으로서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상황은 맞다”며 “동기끼리 모여 있는 메신저 단체 방만 놓고 봐도 이런저런 뉴스에 같이 걱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