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태환 기자
2016.08.18 15:53:01
7726회 걸쳐 17억여원 대출·3억여원 부당이득 챙겨
휴대폰 소액결제금액 절반 떼고 남은 절반 돌려줘 갚게 해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신용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소액결제로 불법 대출행위를 일삼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입시·유학 상담을 가장한 앱으로 대출행위를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및 대부업법 위반)로 보습학원 원장 심모(38)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심씨 등은 앱 이용자들이 소액결제한 금액의 50%를 선이자로 제하고 나머지 50%를 이용자들에게 다시 현금으로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 불법 대출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7726회에 걸쳐 17억여원을 대출해주고 3억 4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씨 등은 인터넷 게시판에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한 현금마련’ 등 광고 글을 올려 급전이 필요로 한 사람들을 모집해 앱을 통한 소액결제를 유도했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20대 대학생이거나 정상적인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불량자 등이었다. 심씨 등은 이용자들이 ‘대학 입시상담’, ‘미국 유학상담’ 등의 콘텐츠를 결제하게 한 뒤 실제 상담은 하지 않았다.
이들의 범행은 계좌에 수천만원의 뭉칫돈이 입금됐다가 소액의 금액이 수십 차례에 걸쳐 빠져나가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내사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입·출금 형태가 도박이용 계좌와 비슷해 처음에는 도박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이들의 불법 대출행위를 파악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액결제를 하면 결제금액이 다음달 휴대전화 요금에 포함돼 청구되는 점을 이용해 불법대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앱 이용자의 결제요금 절반을 현금으로 돌려준 뒤 30~60일 후에 휴대전화 요금으로 갚도록 하는 사실상의 무등록 대부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조사 결과 심씨 등은 경기 파주시에서 수학 보습학원을 운영하던 중 경영난을 겪자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이용한 뒤 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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