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너무 크네요"…외환딜러들 '바쁘다 바빠'

by김정남 기자
2016.01.11 17:34:49

弱위안화 强달러화 겹쳐…연초 원·달러 환율 급등
급격한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오히려 독 될수도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원 오른 1209.8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외환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전 고점(지난해 9월8일 장중 원·달러 환율 1208.8원)에서는 저항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11일 오전 9시10분께 A 시중은행의 한 트레이딩룸. 한 외환딜러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짐짓 놀랐다. 원·달러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갔기(원화 약세) 때문이다. 개장 후 10분도 안 돼 1210원대를 넘어섰다. 전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원·달러 환율로 인해 개장가(1206.1원, +8원)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210원까지 이렇게 급격하게 오를지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 딜러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온 영향”이라면서 “생각보다 환율 변동성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11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010년 7월20일 장중 1218.5원을 기록한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다른 B 시중은행 트레이딩부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은행 외환딜러들은 장 초반 급등세 이후 오전 10시15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고시하는 시각이다. 한 딜러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들 이때를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 이상 간다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5626위안(0.02% 평가절상)으로 고시했고, 원·달러 환율은 곧 1206~1208원대로 떨어지는(원화 강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즈음에는 수출업체들이 벌어온 달러화를 시장에 쏟아냈다고 한다. 1200원이 넘어가면서 달러화 강세에 베팅하는 심리가 잦아들었던 것이다. 그는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짧게짧게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어 더 긴장감이 있다”고 했다.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거칠다. 세계경제의 두 축인 미국와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약세 의지가 맞물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부추기고 있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09.8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1.7원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장중가 기준으로 지난 2010년 7월20일(1218.5원)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장중 대부분은 전 고점 1208.8원 위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1160~1170원에서 움직였는데, 불과 며칠 만에 40원 이상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그만큼 원화 약세 압력이 강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추가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주 1210원대에 안착하리란 예상이다. 김문일 유진선물 연구원은 “우리 외환당국이 계속 개입하는 정황이 있고 중국당국도 (위안화 절하를 늦추는) 조치를 하면 빨리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번주 1215원을 기준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큰 요인이 위안화 평가절하 기류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5626위안(0.02% 평가절상)으로 고시했음에도 역외시장에서는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다. 당국의 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시장의 위안화 절하 압력이 강하고, 덩달아 원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1분기 중에는 1230~124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화가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외환당국도 급격한 환율 변동성을 막고자 일정한 저항선을 기준으로 개입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론적으로 원화 약세는 우리 수출업체에 호재다.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경쟁국에 비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완만하게’ 원화가치가 하락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급격하게 환율이 요동칠 경우 오히려 환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나 중소기업의 환 대응능력은 대기업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가뜩이나 세계경제의 둔화로 수요가 줄고 있는데, 환율 리스크까지 가중되면 우리 산업계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