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백화점업계, X-마스 마케팅 돌입…연말 대목 노린다

by김미영 기자
2023.11.09 15:45:58

백화점3사, ‘크리스마스 시즌 마케팅’…집객 효과 기대
현대百, 실내 역대 최대 규모 ‘H빌리지’
신세계, 압도적 규모의 미디어파사드
롯데, 본점 인근 100m 거리 탈바꿈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백화점업계가 올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 넘게 남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연출 공간을 공개할 뿐만 아니라 대형 미디어파사드(외벽 영상)와 인근 거리 장식을 통해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겠단 전략으로 읽힌다.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건 현대백화점(069960)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해리의 꿈의 상점’을 주제로 ‘H빌리지’를 꾸몄다. 3305㎡(1000평)에 달하는 공간을 11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15개의 부티크(상점), 마르쉐(시장) 등으로 채웠다.

9일 둘러본 H빌리지는 골목길에 우체국, 케이크숍, 그릇 공방, 호두까기인형 존 등을 아기자기하게 배치해 유럽 어느 마을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냈다. 이곳에선 지난 6일 현대백화점면세점TV광고 모델인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찾아와 3마리씩 품에 안고 갔다는 곰인형 ‘해리’, 24K 황금을 입힌 마카롱 등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실내에 조성한 크리스마스 연출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인 H빌리지는 괄목할 만한 집객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1차 관람 온라인 예약 때에 2만명 이상이 동시 접속해 예약페이지가 마비됐다. 현대백화점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네이버예약으로 시간당 100명씩 입장객을 한정해 받고 있는데 현장 대기 고객을 함께 입장시키면서 현장 대기자가 800명을 넘어서 주중엔 5000여명, 주말엔 1만여명이 다녀간 걸로 집계됐다. 실제로 이날 정오에 현장 대기를 신청하니 ‘대기 인원 430팀’이란 안내를 받았다. 현대백화점 측은 “특별한 행사가 없던 때보다 백화점 고객이 3~4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바깥에서부터 고객들의 시선을 붙드는 전략을 이어간다.



매년 색다른 주제의 미디어파사드 쇼를 보여왔던 신세계백화점은 이날부터 전국 각 점포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의 불을 밝힌다. 특히 서울 중구의 본점은 외관에 발광다이오드(LED)칩 375만개를 사용한 역대 최대 규모의 미디어파사드를 펼친다. 가로 63m, 세로 18m에 달하는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신세계 극장’이란 주제로 한 편의 크리스마스 판타지(환상) 극을 보여줄 예정이다. 웅장한 클래식 편곡이 곁들어진 3분 분량의 영상을 내년 1월 31일까지 오후 5시30분~10시30분 반복 재생한다.

본점 내부엔 올해 처음으로 홀리데이 선물 상점인 ‘더 기프트 숍’을 운영한다. 본관 4층과 신관 3층을 잇는 연결 통로를 크리스마스 마켓 거리로 탈바꿈해 본점 영상에 등장하는 회전목마 오르골, 오너먼트(트리 장식품) 등을 판매한다. 영국 왕실 인증을 받은 홍차 브랜드 ‘포트넘 앤 메이슨’ 의 팝업 매장도 설치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티와 비스킷 선물 세트 등을 판다.

롯데백화점 본점 외관(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본점 인근을 ‘유럽의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꾸몄다.

지난 3일부터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를 주제로 본점 인근 거리 100m가량을 유럽의 크리스마스 상점거리로 탈바꿈했다. 유럽풍의 ‘편지 상점’, ‘크리스마스 상점’과 더불어 15m 높이의 ‘자이언트 트리’ 등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본점 영플라자 외벽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파사드를 통해선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담은 애니메이션도 선보였다. 2분 분량의 영상에는 어린아이 ‘해아’가 레터하우스(우체국)에서 크리스마스 요정 ‘똔뚜’와 만나 마법 편지를 보내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유명 소설가 정세랑 작가와 손잡고 완성한 이야기다. 롯데백화점은 연말까지 매일 오후 5시30분~10시30분에 본점 외관 조명 및 미디어파사드에 불을 켠다.

백화점업계가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이는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성지’로 입소문을 타는 등 집객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업계는 크리스마스 마케팅으로 올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의 기저효과와 소비침체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4분기는 1년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시기인데 10월에도 날씨 영향으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쇼핑할 맛 나는 분위기를 내 연말까지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