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남북 `운명공동체`…세계인 특수성 이해해줬으면”

by김미경 기자
2021.02.26 14:12:23

24일 英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 발언
北주민 삶 어려워졌다면, 제재 평가할 시점
백신 부족국에 인도협력 게을리해선 안돼
공공인프라 제재 유연성 확대가 바람직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협력 필요성을 재차 발신하고 나섰다. 대북 제재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유연성 확대 등을 통한 제재 효과를 평가하고 진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국제사회를 향해선 남북은 운명공동체라며 세계인들이 남북 간 특수한 관계를 이해해주고 남북관계 개선이나 발전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희망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대북)제재의 목적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이런 점들은 어떻게 개선하고 갈 것인가, 분명히 평가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사진=뉴스1).
지난 2017년 강화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 타격을 안겨주면서 북한 주민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장관은 북한의 현재 식량 상황에 대해 90년대 중반과 동일한 강도의 식량난이 반복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인도주의적인 위기의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식량 사정이 어떠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식량 사정이 어떻게 개선돼 나갈 것이냐 이런 것을 전망해봐야 한다”며 “그에 맞는 인도주의 협력 과제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난의 행군’이란 슬로건을 내놨다.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관련해서는 ‘백신 격차에 따른 글로벌 불평등이 가속화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빗대며 “일정한 여력이 확보될 때 북한을 비롯한 백신 부족 나라들에 서로 협력하는 인도주의적인 접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와 관련해서 확실하게 주저 없이 제재 면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명한 입장”이라면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와 같은 분야로 조금 더 제재의 유연성이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남북 철도·도로 협력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등 북한에 대한 개별방문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아울러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남북 간 특수관계를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한국에서 북한은 단순히 가까운 이웃나라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기도 하지만 정치 경제 군사 안보를 넘어서 생명 보건 안전 환경 기후 방역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운명공동체”라며 “남북 간의 특수한 관계를 조금 더 세계인들이 이해해 주고, 그런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발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