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OW벙커 파산, 국내 정유업체 '미수금' 피해로 속앓이

by정태선 기자
2014.11.11 17:54:03

BBC 화면 갭쳐.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연간 매출 20조원에 달하는 선박용 연료 트레이팅 업체인 덴마크 OW벙커가 최근 파산을 선언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뿐 아니라 해운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OW벙커는 지난 7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북해 브렌트유가 하락하면서 국제석유가 거래되는 싱가포르시장에서 1억2500만(1370억원)달러의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부채가 7억5000만 달러(8200억원)로 불어났고, 은행이 더 대출해주기를 거부하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1980년 설립한 OW벙커는 덴마크에서 3번째로 큰 글로벌기업으로 1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선박용 연료 트레이딩 업체로 29개국에 38개의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선박용 벙커C유 중개 등을 통해 전 세계 선박 연료의 7%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7년 지사를 설립해 선박용 벙커C유 등 오일트레이딩 영업을 하고 있다.

OW벙커와 거래하는 SK,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는 파산에 따른 미수금 피해가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OW벙커의 부도로 싱가포르 석유현물시장의 거래에 혼선을 빚고 있으며 국내 관련 업계에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SK 역시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손실금액은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파산소식을 접하고 피해액이나 피해 상황은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해운업체에 직접 연료를 팔지 않고, 중간브로커를 이용해 선박용 벙커C유를 공급한다.

해운사마다 거래할 수 있는 신용이 달라 중개소인 OW벙커와 같은 회사를 끼고 거래하는 것. 대신 중개업체는 정유사에 보증금을 내고 보증금보다 적게는 3배에서 5배에 달하는 연료를 확보해 중개수수료를 받고 해운업체에 팔고 있다.

이에 따라 OW벙커에 기름을 공급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일부 못 받을 수 있고, OW벙커를 통해 거래하던 국내 해운업체는 연료 공급선을 새로 찾아야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대형 선사들은 보통 월 단위로 미리 기름을 공급받고 결제하는 시스템이라 OW벙커에 낼 유류 값을 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일부 중소형 선사들은 1주일 단위로 현금결제를 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OW벙커를 통해 사들인 연료를 두고 파산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소유권 시비 등으로 압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선박용 벙커C유를 공급받지 못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