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세수 부족' 비판하는 민주당, 세금 깎고 돈쓰는 법 당론 채택
by이수빈 기자
2024.06.27 17:00:23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
소득세법·조특법·고등교육법 개정안
노종면 "이정도 돈 못 쓰면, 정부 존재이유 있나"
'당론' 우려에도 5개 법안 추가 채택 예고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당론 발의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세액공제와 예산 지원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를 비판해 온 민주당이 “쓸 때는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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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법안 당론 채택 절차를 진행했다. 우선 전날 예고했던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세 건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을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 교육비 세액공제는 초·중·고 및 대학교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료 등 공교육에 지출한 비용만 원칙적으로 인정한다. 사교육비의 경우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으로 한정해 이들에 대한 어린이집, 학원 및 체육시설로 범위가 제한돼 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영어 유치원(학원)에 지출한 비용은 세액공제를 받는 반면, 서민들이 보육을 겸해 초등학생들을 방과 후에 많이 보내는 태권도장이나 예체능 학원의 경우에는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도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은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행 1년 단위 연장이 아닌 상시화로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정을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추진했고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를 두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들 역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국세 사용을 늘리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이 정도 돈을 쓰지 못하는 정부라면 존재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 부분과 (윤석열 정부의) 감세는 전혀 궤가 다른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당론 채택 법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한 중진 의원은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정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이해당사자가 나타나 법안에 명시한 숫자를 조정하거나 조항을 넣고 빼야 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다 당론으로 결정 할 경우 이 수정 절차까지도 막혀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당내 정책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 민주당은 앞으로도 상임위 중심의 논의를 통해 ‘입법 드라이브’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노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민주당은 다음 의원총회에서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감사원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의 당론 채택 작업에 돌입한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2인 체제’라 불리는 방통위에서 중요 의결이 이뤄지는 상황 자체가 위법이고 직권남용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6월 임시국회 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