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SK하이닉스 달려간 최태원…반도체부터 챙겼다(종합)

by김정남 기자
2024.01.04 17:04:45

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방문
새해 첫 현장 경영…이후 내주 미 CES 방문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반도체’를 점찍었다. 새해가 밝자마자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로 달려가 반도체 현안들을 직접 챙겼다. 한국 경제를 좌우할 만큼 규모가 큰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최악 부진에서 점차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또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미래 인공지능(AI) 트렌드까지 적극 챙기는 행보로 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왼쪽)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제공)


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000660) 본사인 이천캠퍼스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분야 성장 동력과 올해 경영 방향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열띤 분위기 속에 참석자들과 내실을 강화하는 방안들에 대해 토론했다고 SK그룹은 전했다.

최 회장의 반도체 행보는 최근 계속돼왔다. 지난해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를 잇달아 방문해 현안을 점검했고, 그해 9월에는 용인시 원삼면에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찾아 공사 현황을 살펴봤다. 용인 클러스터는 현재 본격 부지 조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내년 3월 첫 번째 팹을 착공하고 오는 2027년 5월 준공해 AI 시대 핵심기지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최 회장의 이날 언급 중 주목할 건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것이다. 최 회장은 “역사적으로 없었던 최근 시장 상황을 교훈 삼아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반도체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맞춰 경영 계획을 짜고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최악의 메모리 업황 부진 속에 분기별로 각각 조 단위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도체는 국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단연 ‘원톱’으로 불릴 정도로 덩치가 크다. 최 회장의 반도체 행보는 올해 업계에 훈풍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이클을 통해 또 올 수 있는 미래에 미리 대비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또 거시 환경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 관점에서 사이클과 비즈니스 예측 모델을 만들어 살펴야 한다”며 “특정 제품군만 따지지 말고 거시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시장도 이제 월드 마켓이 아니라 분화된 시장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 전략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 그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수요 등 고객 관점에서 투자와 경쟁 상황을 이해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의 이해관계자를 위한 토털 솔루션 접근을 주문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조직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새롭게 편제하는 등 미래 AI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미 신년사를 통해 현장 경영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장기간 대외 활동으로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해 아쉬웠다”며 “올해는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의 자세로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했다.

올해 첫 현장 걸음을 한 최 회장은 다음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4’를 찾는다. CES 2024 방문의 핵심 역시 반도체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글로벌 시장의 AI 트렌드를 살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CES에서 AI 인프라의 핵심인 초고성능 메모리 제품들을 전시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들과 반도체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