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았던' 김은경 혁신위, 최종안 일괄 발표 후 해산 수순

by김범준 기자
2023.08.09 18:21:00

10일 최종혁신안 공개하고 활동 마무리 전망
계속된 설화에 당 안팎에서 조기종료 목소리
김 위원장 가족사 문제까지 불거지며 동력↓
당내서도 혁신위 무용론…친명·비명 갈등만↑

[이데일리 김범준 김유성 이수빈 기자] 각종 설화에 시달리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호(號) 혁신위원회’가 오는 10일 사실상 조기 종료 수순에 들어간다. 혁신위가 이렇다 할 혁신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논란만 남기고 조기 회항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민주당 혁신위는 회의를 열고 오는 10일 예정된 나머지 혁신안 발표를 최종 검토했다. ‘대의원 권한 축소’와 ‘공천 룰’ 등을 핵심으로 하는 당 혁신안을 △미래 비전 강화 △정책 역량 강화 △정당 조직 현대화 등 3가지 부문으로 분류해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혁신위가 10일 혁신안 최종발표 후 활동 종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가) 내일(10일) 한번에 (혁신안을) 다 발표하고 (활동을) 끝낼 것 같다”면서 “조기 종료는 당내 중론”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지난 6월20일 공식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는 앞서 같은 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꼼수 탈당 방지’와 ‘기명투표 전환’을 2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이를 두고 당 안팎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혁신위가 간신히 ‘반쪽짜리’로 통과시킨 당내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안은 ‘정당한 영장청구’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붙이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책임 정치를 이유로 체포동의안에 대한 ‘기명 투표’ 도입까지 요구하면서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의원들이 각종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탈당 방지책은 아예 통과하지도 못하고 선언에만 그쳤다. 앞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당을 나간 꼼수 탈당의 장본인 중 한 명인 김홍걸 의원이 보란 듯이 복당했다. 이에 대해 혁신위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급기야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사과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지난달 30일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주의 투표권의 1인1표 등가성을 훼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노인 폄하’ 논란에 김 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해야 했다.



이후 사별한 남편 시댁과의 가정사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5일 이후 김 위원장은 별다른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혁신위가 내놓을 안이 당내 갈등만 야기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안에서 나오는 주된 혁신위 무용론이다.

실제 ‘화약고’로 여겨졌던 대의원제도 수정안과 총선 공천룰 변경안이 각각 담길 것으로 관측되자 다시금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로 쪼개져 충돌하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전면적 쇄신을 앞세워 출범한 혁신위가 되레 고질적 계파 갈등만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은 “혁신위는 총선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민 다수의 관심 밖에 있는 대의원제를 놓고 그것이 혁신인 듯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혁신위가 당 혁신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입지 강화에만 염두에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非)명계 의원으로 꼽히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개딸’의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공천제도를 손보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공천 때 비명계를 학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는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친명 일색의 혁신위를 꾸렸다는 우려는 처음부터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자발적으로 의원들을 모아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하는 등 혁신위를 밀어주기 위한 노력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혁신위가 잦은 설화에 시달리고, 대선과 지선 패배 이후 이재명 체제 1년에 대한 평가가 없다”면서 아쉬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