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해진 '지구촌 여름대축제'…쪼그라든 마케팅·자취 감춘 특수
by이준기 기자
2021.07.15 15:07:25
코로나 속 무관중 개최+최악 韓日관계…분위기 뒤숭숭
국내 유일 글로벌 파트너 삼성전자, 마케팅도 '비대면'
대표적 특수상품 TV 판매 늘지만…집콕족·펜트업 효과
식품·유통업계도 몸조심 나서…올림픽 마케팅 '소극적'
|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들을 위해 도쿄 하라주쿠와 선수촌에 마련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선수 라운지’.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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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김상윤 배진솔 김범준 기자] “글쎄요. 요즘 소비자들이 올림픽 때문에 TV를 바꿀 것 같진 않네요.”(삼성전자 관계자)
“올해엔 올림픽에 따른 ‘특수’(特需)는 없을 겁니다.”(LG전자 관계자)
이른바 ‘지구촌 여름대축제’로 불릴 정도로 뜨거웠던 하계올림픽 분위기가 올해엔 실종된 듯하다. 불과 5년 전 2016 리우 하계올림픽 때처럼 떠들썩하게 진행됐던 우리 기업들의 캠페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곤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예 올림픽 특수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TV·에어컨 등 대표적 특수 상품들의 판매 질주는 지속하고 있으나 올림픽 때문이 아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로 불거진 ‘방콕족’ ‘펜트업’(보복소비) 효과 때문이란 게 업계의 냉정한 분석이다. 이번 올림픽이 팬데믹 여파로 1년 미뤄진 데 이어 결국 ‘무관중’ 개최로 최종 결정 난 데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까지 더해지면서 불거진 전대미문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유일 글로벌 올림픽 파트너사인 삼성전자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는 이전 올림픽 때처럼 개최지는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벌이던 대대적인 홍보·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도쿄 하라주쿠와 선수촌에 쇼케이스를 개관하고 올림픽 참가 선수들을 위해 선수촌에 ‘갤럭시 선수 라운지’를 별도로 마련해 다양한 갤럭시 기기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게 사실상 오프라인 마케팅의 전부다.
물론 ‘나 몰라라’하는 건 아니다. 대신 전 세계 스포츠팬과 미디어 관계자 등을 위해 버추얼 기술을 활용한 ‘삼성 갤럭시 도쿄 2020 미디어센터’와 ‘삼성 갤럭시 하우스’를 개설하는 등 모바일·디지털 중심의 비대면 마케팅에 주력한다.
3D 화면으로 구성한 버추얼 미디어센터에선 올림픽 및 패럴림픽과 관련한 실시간 뉴스와 사진을 볼 수 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에 오픈하는 갤럭시 하우스에선 올림픽 콘텐츠를 즐기고 ‘BTS 셀피존’도 방문할 수 있다. 참가 선수들에게 응원·격려를 보내는 트윗 캠페인도 벌인다.
올림픽 특수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대표적 특수 상품인 TV 판매가 느는 추세이긴 하나 올림픽 때문은 아니라고 삼성전자 측은 선을 그었다. 한 관계자는 “작금의 판매량 증가는 코로나19에 눌렸던 펜트업 효과·집콕족 증가 등에 힘입은 것”이라며 “올림픽 특수가 없다곤 할 순 없겠지만 스포츠 인기가 올림픽보단, 월드컵·유로(유럽축구국가대항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특수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홈가전 등의 수요가 크긴 하지만, 올림픽 특수는 아니다”며 “물론 올림픽으로 시기를 조금 앞당겨 구매하는 경향은 있지만, 연간으로 보면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고 짚었다. 판매량 질주를 달리는 에어컨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폭염 등 날씨의 영향 때문이지, 올림픽과 연관짓긴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을 계기로 TV나 에어컨 등의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한국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홍보·마케팅 역시 판매량 증대가 아닌,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식품·유통업계도 엇비슷하다. 국내와 시차가 없는 이점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탓에 특수 마케팅에 소극적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나마 특수를 노릴 만한 쪽은 음식 배달업계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적극적인 소비자 프로모션엔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 팬데믹을 매출 올리기로 이용한다는 역풍을 우려해서다. 배달앱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이 소비자와 입점 업체, 라이더(배달원)들을 위해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이 단 한 건도 없는 점이 이를 극명히 방증한다.
노스페이스·휠라(FILA)·코오롱스포츠·왁 등 아웃도어·스포츠의류 업계는 선수단 의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 채널의 할인과 패키지 프로모션도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이렇다 하게 눈에 띄는 게 없을 정도”라며 “전대미문의 악조건 속에 열리다 보니 대다수 업계에서 여론을 의식해 관련 마케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이자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 천종원(왼쪽)·서채현 선수가 ‘팀코리아 레플리카 컬렉션’을 착용한 모습.(사진=노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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