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빼고 '거리두기 개편' 토론회…현장 목소리 또 외면"

by박순엽 기자
2021.02.02 14:31:22

정부, 2일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토론회’ 개최
자영업자 “현장 목소리 빠져”…토론회장 앞 1인 시위
중수본 “2차 토론회에선 자영업자와 함께 논의할 것”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 주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토론회’가 열린 2일 서울 중구 한 건물 앞. 헬스장 관장부터 호프집 사장까지 다양한 업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정부를 상대로 끝장 토론을 벌이자며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위해 준비한 토론회에 거리두기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들을 정작 포함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린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 마련된 토론회장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끝장토론, 영업시간 연장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1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엔 의료관리학과·감염내과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들과 벤처중소기업학·경제학 교수 등이 참석했지만, 자영업·소상공인 관계자들은 이번 토론회 참석 명단에선 제외됐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자신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재차 방역 지침을 세우려고 한다며 토론회장이 열리는 건물 앞에서 각자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당구장·볼링·피트니스·베이커리·스터디카페·독서실·스크린골프·공간대여업·PC카페·카페·편의점·필라테스·코인노래연습장 등 다양한 업종의 업주들이 참여했다.

이재인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이사는 “방역 지침의 대상이 되는 현장에 있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전문가들의 잘못을 성토했다”면서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다 죽게 생겼으니 거리두기 지침을 (자영업자들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정립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집회 이유를 설명했다.

곽아름 스터디카페&독서실운영자연합 운영진 대표도 “그동안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된 방역 수칙들이 아주 많았는데, 이번에 또 그런 수칙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염려가 들어 1인 시위에 참여했다”며 “방역 당국은 앞으로 업종별 세부적 방역 수칙을 정하는 데 있어선 현장의 업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린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 마련된 토론회장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끝장토론, 영업시간 연장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업종별 단체 제공)
다만, 방역 당국은 집합금지·제한 업종의 협회나 단체 등 현장 의견을 들을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1차 토론회는 학계를 중심으로 거리두기 체계의 총괄적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다음 주 개최하는 2차 토론회에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안을 주제로 자영업·소상공인 등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재인 이사는 “자영업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정부 계획은 들은 적 있지만, 저희를 포함해 다른 업종에서도 토론회 참여 통보를 받은 적 없어 (토론회가 열리는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1차 토론회에서부터 전문가들만 모아놓고 거리두기 개편을 논의한다는 게 말도 안 되고, 여기서부터 정부가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19개 중소상인·실내체육시설 단체들은 자신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날부터 무기한 오픈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역 수칙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서 업종별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무책임, 무대책, 무소통 방역 지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최소한 자정까지 영업시간 허용 △업종별 맞춤형 추가 방역 지침 제시 △방역 지침 조정 시 현장 당사자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한계에 내몰렸다”며 “정부가 이러한 요구 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무기한 24시간 오픈 시위와 공동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