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덕 기자
2017.12.13 15:46:16
8년 임대·전용 85㎡ 이하 등 기준 까다로워
“혜택 크지 않아 다주택자 눈치보기 지속”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 카드가 주택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시 각종 세제(지방세·임대소득세·양도세)를 감면하고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지만 다주택자들을 유인할 만한 세금 혜택(인센티브)이 크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최소 8년을 장기 임대해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점도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리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3일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현재 80만가구 수준인 등록 민간임대주택을 오는 2022년까지 200만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5년 동안 공적임대 85만가구 공급과 등록 민간임대 100만가구 확충을 통해 전월세 상한제 등이 적용되는 임차가구 비중을 현재 23%에서 4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시 지방세나 임대소득세 등을 감면해 줄 계획이다. 다만 혜택을 받는 주택의 기준 금액과 면적 등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서울 강남의 웬만한 소형 아파트도 매매가격이 1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6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기준을 적용해 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준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무엇보다 양도세 중과 배제와 취득·재산세 감면 등을 받기 위해서는 8년을 장기임대를 해야 하는데, 그에 상응할 만큼의 세금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은 오는 2020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되고 계약기간도 4년, 8년으로 일반 임대에 비해 제한을 받기 때문에 제도 도입과 같은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와 함께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만약 이 제도들이 도입되면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매도 시그널이 될 수 있었는데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내년까지 유예됐던 연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2019년부터 정상 시행하기로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다주택자는 주택임대 등록을 통해 건강보험료 등의 혜택을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면서 “부부합산 9억원 이하 1주택자도 월세소득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월세 수요가 많은 도심에 월세를 놓고, 외곽에 전세로 사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는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다주택자는 보유, 매각, 임대주택 등록, 상속 및 증여 등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인데 임대사업 등록 인센티브가 약하고 혜택도 크지 않아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며 “내년 보유세와 전월세 상한제 등 추가 대책을 앞두고 눈치보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서울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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