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쏘아올린 '종부세 개편'…尹공약인데, 왜 빠졌나

by김은비 기자
2024.07.25 16:00:00

[2024 세법개정안]종부세 개편 빠진 개정안
정부 '3주택자 중과 완화' 우선 검토했지만
서울 집값 자극·지방재정 악화 우려에 안담아
與 "내년 세수추계 나오면 의원 발의도 검토"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조용석 기자] 올해 세법개정안엔 지난해에 이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관련 내용이 빠졌다. 징벌적인 종부세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지만, 최근 다시 꿈틀대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한 발 뺀 모양새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엔 종부세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종부세는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컸다”며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산세와의 관계 등을 검토한 결론을 세법에 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번에는 담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부동산 세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공약이다. 특히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부과하는 징벌적인 종부세에 대해서는 ‘폐지’를 주장했다. 다만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고려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세법개정으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종부세를 완화했다.

이에 지난해 기준 주택분 종부세 세액은 1조 5000억원으로 2021년 4조 4000억원의 3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납부 대상자도 93만 3000명에서 41만 2000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하지만 올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부세 개편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탔다. 특히 그간 종부세를 ‘성역’처럼 여겼던 민주당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 등 종부세 완화 제안을 하면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0일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종부세에 대해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다.

각론에선 여야가 의견을 달리했지만, 큰 틀에서는 종부세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일부 내용이 담길 것이란 기대가 컸다. 정부에서는 ‘부자감세’ 지적을 피해 폐지보단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현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는 중과세율(최고 5.0%)이 부과되는데, 이를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정부가 올해 종부세 개편을 미룬 데엔 최근 다시 꿈틀대는 서울 집값이 주요하게 작용한 걸로 전해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12억 2115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7145건으로 한 달 전(5029건)보다 42% 늘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올라가는 곳이 있기 때문에 이럴 때 종부세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종부세 개편은 미루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재정 악화도 부담 요인이다. 종부세는 현재 전액을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결손에 따라 정부는 국세수입에 연동되는 교부세와 교부금을 18조 6000억원 줄였다. 올해도 세수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가 지나면 정부·여당이 다시 종부세를 개편할 수 있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내년부터는 종부세 개편에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올해가 개편의 적기”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상황에 따라 국회 입법을 통한 종부세 개편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연말에 내년도 세수추계가 나오면 이를 고려해 의원 발의를 통해 종부세를 완화하는 방향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