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공급망실사지침’ 가결…韓기업 부담 가중
by오희나 기자
2024.04.24 21:51:57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기업에 인권·환경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지침’이 24일(현지시간) 입법 진통 끝에 유럽의회 문턱을 넘었다.
|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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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투표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이하 CSDDD)이 찬성 374표, 반대 235표, 기권 19표로 가결됐다.
CSDDD는 역내외 기업이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강제노동이나 삼림벌채 등 인권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지침에 따르면 한국 등 역외 기업은 EU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약 6611억원)를 초과하는 경우 ‘최종 모기업’이 실사 의무를 지니게 된다. 사실상 한국 대기업 상당수가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EU 기업은 직원 수 1000명 이상, 전 세계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 이상부터 적용 대상이다.
적용 대상 기업들은 경영 전반에 걸쳐 실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공급망 내 인권·환경 관련 실재적·잠재적 부정적 영향 요인을 자체 평가하고 위험도가 높은 순에 따라 예방·완화·제거 조처 등을 이행해야 한다. 노동조합 또는 관련 단체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고충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2029년부터는 실사 내용 공시가 의무화된다.
규정 위반 시에는 ‘과징금 폭탄’에 직면할 수 있다. CSDDD는 각 회원국이 국내법 제정 시 과징금 상한을 전 세계 연 매출액의 최소 5%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최소한의 법적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므로 일부 회원국에서는 과징금 상한이 이보다 더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CSDDD 초안을 발의했으나 기업의 행정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EU 내부에서도 제기되면서 여러 차례 내용을 수정하는 등 입법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마지막 본회의 표결인 이날 의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달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장관급 이사회 최종 승인을 거쳐 관보 게재 뒤 발효된다. 발효 시 27개국은 2년 이내에 CSDDD를 법적 가이드라인 삼아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며, 이후 2027∼2029년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