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쌀 수출 제한에 남반구 식량위기 고조
by김겨레 기자
2023.10.30 15:36:46
인도 쌀 수출 제한에 쌀값 28% 급등
수입 의존도 높은 국가 대부분 아프리카에
곡물값이 인플레 촉발…가나 물가40%↑
"남반구 리더 자처하는 인도, 아프리카에 고통 안겨"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가 쌀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아프리카 등 남반구 국가들의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 27일(현지시간) 인도 잘란다르 외곽의 곡물 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쌀을 옮기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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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쌀 가격이 전년대비 28% 급등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 쌀 수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인도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쌀 수출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해외로 수출하는 모든 종류의 쌀을 규제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비(非) 바스마티 쌀과 부스러진 쌀(싸라기 쌀)을 정부 허가 없이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찐쌀에 대해 수출 관세 20%를 부과한다.
인도는 최근 각국의 요청에 따라 네팔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특정 10개국에 대해서만 일부 쌀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인도는 다음 벼 수확 때까지 그 외 다른 나라의 쌀 수출 요청은 수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도의 쌀 수출 금지로 인한 피해는 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인도 쌀 수입 상위 15개국 가운데 케냐, 카메룬, 기니, 앙골라, 모잠비크, 토고 등 9개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 곡물값이 뛰면서 인플레이션도 촉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물가상승률은 26%를 넘어서 20여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나는 물가상승률이 40% 이상으로 폭등해 기준금리를 30%까지 올렸다.
빈곤국에서 식량 가격이 폭등할 경우 사회 불안으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다. 2007년~2008년 식량 위기 당시 아프리카 14개 국가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들 식량 수입국의 빈곤율은 3~5% 높아져 경제 발전을 평균 7년 후퇴시켰다.
인도는 자국이 미국과 중국과는 다른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남반구의 신흥 개발도상국)의 리더가 되겠다고 자신해왔지만 쌀 수출 통제로 남반구 국가들에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식량, 연료 등 필수품 공급망은 개방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타격을 입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