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불과 1000억원 차이"…IFC 우협에 미래에셋 선정된 이유

by박정수 기자
2022.05.11 16:22:54

이지스 4.0조 vs 미래에셋 4.1조 제시
비슷한 인수가에도 우협대상자에 미래에셋
“계열사만 130개…자금 조달력 차이”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에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높은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4조원으로 낮춰서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고 최종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우협대상으로 결정됐다.

입찰 결과를 두고 시장에서는 써낸 가격 자체보다는 4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인수 자금을 모집할 능력에 방점을 찍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나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을 IFC 임차인으로 내세워 자금 모집에 나설 수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IFC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IF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캡레이트(자본환원율)는 4%대 수준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올해 3분기 내 IFC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IFC는 여의도에 있는 대형 복합상업건물로 오피스 3개동, 콘래드 호텔, IFC몰로 구성됐고, 연면적은 약 15만3160평에 이른다. 딜로이트안진, BNY멜론, CLSA, AIG, IBM코리아, 소니 등 국내외 금융과 다국적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2016년 4월 IFC빌딩을 2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총 인수대금 가운데 1조805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선순위 대출 1조6000억원과 중순위 대출 2050억원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말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이스트딜시큐어드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IFC 매각을 추진해왔다. 1차 입찰은 작년 말에 이뤄졌고 2차 입찰은 올해 3월에 진행했다. 3차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만 남은 상황에서 지난달에 입찰을 받았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종 인수금액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이 4조원을 써낸 것으로 확인됐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4조5000억원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배당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종적으로 인수액을 낮춰 4조원을 써냈다.

IB업계 관계자는 “특히나 이지스자산운용은 오피스 3개동, 콘래드 호텔, IFC몰 등 5개 한국법인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법인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개 한국법인 매입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 법인을 매각할 경우 한국보다 싱가포르 법인세가 더 낮기 때문에 브룩필드자산운용 입장에서 이득”이라며 “다만 자금 모집능력 측면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낫다고 판단해 우협대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계열사들이 많아 자금을 수월하게 모집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미래에셋생명보험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캐피탈 등 작년 말 기준(사업보고서) 계열사가 133개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8개에 불과하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신세계프라퍼티 측과 손잡아 IFC 운영 측면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우월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보다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작년 안방보험으로부터 돌려받은 계약금 수천억원을 바로 투입할 수도 있다”며 “또 IFC를 매입하려면 대출도 모집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셀다운 등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운용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모 리츠를 신규 설립해 IFC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미래에셋그룹도 국내외 기관들과 함께 IFC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을 IFC 임차인으로 내세워 자금 모집에 나설 수 있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 해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센터원빌딩 등 과거 전례를 고려해 보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IFC 임차인으로 나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을 것”이라며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임차인 유치 측면에서 미래에셋에 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FC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으나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