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재희 기자
2018.01.04 16:26:48
10일 수요예측…2000억~2500억원 공모채 발행 예정
한기평·한신평, 최근 등급전망 '부정적' 하향
"연초 우량등급에 대한 기관수요 많아 흥행 전망"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새해 회사채 시장을 노크한다. 맥주사업 부진 및 이에 따른 재무안정성 악화 등으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수요예측(사전청약)이 흥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이달 1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차환 및 운용자금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3년물과 5년물 각각 1500억원, 500억원씩 발행한다. 오는 10일 예정된 수요예측에서 성공하면 최대 2500억원까지 발행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기관 수요는 많지만 최근 신평사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부담요인이다. 롯데칠성의 신용등급은 ‘AA+’로 초우량이지만 등급전망은 최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맥주 사업 적자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약화됐고 차입금 증가, 대규모 자산 분할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게 원인이다.
실제 롯데칠성의 주류사업부문은 지난 2014년 맥주사업 진출 이후 고정비 증가 및 마케팅 부담으로 채산성이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맥주 2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증가, 신제품 ‘피츠’ 출시에 따른 판촉비 증가 등으로 2분기부터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그 결과 9월 누계 영업이익률이 4.8%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7.9% 대비 3.1%포인트나 낮아졌다. 특히나 맥주공장 신설투자(1800억원) 및 증설투자(5890억원)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면서 순차입금이 2013년말 4617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990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기적으로 맥주사업 적자 및 전체적인 수익성 약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매각 또는 외부 현금유입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재무구조 개선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음료 및 주류시장의 높은 경쟁강도와 둔화된 성장세를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현 등급수준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매출액, 순차입금/EBITDA 지표 개선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맥주사업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19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연말 110만원대까지 추락한 뒤 최근 13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등급전망은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초우량등급인데다 ‘롯데 일가 비리’ 의혹을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 선고에서 실형을 면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채권투자 장부를 조기에 마감한 기관투자가들이 매수 물량 공백 메우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수요예측 때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