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폭정 중지시킬 것"..힘받은 朴, 대북 독자제재 나서나

by이준기 기자
2016.03.03 16:10:03

北기항 제3국 선박입항 금지 등 독자제재 착수 전망
靑, 中의 대북제재 수용 배경에.."사드와 상관관계"

[이데일리 이준기 장영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부는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개발을 포기하고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해 ‘폭정’으로 표현한 건 처음이다.

전날(2일) 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향후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강도를 최고조로 높이겠다는 강경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전부터 검토해왔던 대북 독자제재 방안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당국자는 3일 대북 독자제재 방안와 관련, “정부 입장을 지금 당장 말씀드릴 시기는 아니다. 여러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토할 수 있는 양자제재 방안은 △북한 기항 제3국 선박 입항 금지 등 해운 제재 △인도적·사회문화적 차원의 교류와 지원 제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단 등이다.

특히 해운제재의 경우 북한 선박뿐 아니라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막음으로써 북한의 대외 교역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남북한과 러시아 등 3국 간 물류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될 공산이 커졌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 등을 러시아 철도로 실어 나진항으로 운송해 화물선에 옮겨 실은 후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복합물류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한 5·24 조치의 예외사항으로 인정됐으나 정부의 해운제재와 5·24조치 강화 방안이 발표되면 전면 중단이나 무기한 보류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우 이번에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회담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해운제재의 경우 북한이 과거 회담에서 항구 이용의 불편함을 제기하는 등 수차례 우회적으로 거론했던 점을 참고한 것”이라며 “효과가 크고 작고를 떠나 북한이 아파하고 불편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을 총동원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외교부도 미국, 일본과 금융 등 추가 제재 방안 마련을 위한 별도의 협의에 착수했다. 김건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지난달 23일 제니퍼 파울러 미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와 협의한 데 이어 이날도 방한 중인 앤드루 켈러 미국 국무부 제재담당 부차관보와 대북 금융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중요 외화벌이 창구인 해외 노동자 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른바 북한 인권 관련 국제여론전이다. 윤병세 장관은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가 행동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렇듯 정부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기업들의 폐업 절차까지 지원하고 있고 현 정부 들어 강조하던 순수한 사회·문화 차원의 교류도 무기한 보류시켰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전날(3일) 통일부 창설 47주년 기념식에서 “지금 우리가 차원이 다른 조치로 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초강력 안보리 결의안을 중국이 전격 수용한 배경으로 한·미 간 논의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꼽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의 예를 볼 때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략적 존재가 강화되는 데 경계감이 많았다”며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계속 얘기하는 것에서 볼 때 결의안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사드가)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드 배치는) 안보와 국익 관점에서만 다루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