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수출효자 품목..자동차·철강·선박 수출 '뒷걸음질'

by방성훈 기자
2015.09.01 16:31:14

13개 주요품목 중 11개 부진..선박·석유화학·석유제품 반토막
低유가·中내수침체 등 악재 겹쳐..베트남 外 전지역 수출 감소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 달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제품·석유화학은 물론 철강·자동차·선박·기계 등 전통적인 수출 효자 품목들이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월에도 글로벌 경기부진, 엔화·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등 상반기 우리 수출을 어렵게 만든 요인들이 지속됐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 미국 금리인상 우려, 중국 및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이 겹치면서 전체 수출 감소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13대 주요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11개 품목에서 수출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세와 더불어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위축 등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낙폭이 가장 큰 품목은 선박으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51.5% 급감했다. 이는 삼성중공업(010140)이 지난 달 5억5000만달러짜리 유전개발용 해양플랜트(드릴쉽) 2척에 대한 인도 시기를 2017년 2월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발주사는 저유가의 영향으로 너도나도 원유 시추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를 가져가봤자 사용할 곳이 없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도 각각 40.3%, 25.7% 크게 줄었다. 지난 해 8월 96.6달러였던 두바이유가 올해 8월에는 47.8달러로 하락하면서 수출 단가가 주저앉은 영향이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배럴당 113.4달러에서 66.8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석유화학 수출단가도 톤당 1588달러에서 1170달러로 하락했다.

수출 효자인 자동차도 9.1% 감소했다. 이는 유가하락, 경기침체, 현지통화 약세 등으로 러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탓이다. 쌍용차(1월 이후), 한국지엠(5월 이후) 및 르노삼성(5월 이후)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엔화 및 유로화 약세 등으로 일본, 독일 등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진 것도 문제다.

자동차부품 역시 15.9% 줄었는데, 이는 대중국 수출이 32.7%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부품의 대중 수출은 7월에도 32.6% 감소세를 보이는 등 중국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저유가, 미국 보호장벽, 중국 내수침체 등 삼중고(苦)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도 수출이 17.4% 감소했으며, 평판디스플레이(-6.8%), 일반기계(-15.5%), 컴퓨터(-0.3%), 섬유(-21.4%), 가전(-8.7%) 등 대부분의 품목이 1년 전보다 수출이 줄었다.

그나마 무선통신기기가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5·갤럭시S6 엣지+ 출시 및 갤럭시S6 가격인하와 LG전자(066570)의 G4 가격인하 등에 힘입어 19.0% 증가했다. 반도체도 4.7% 늘었는데, 애플, 퀄컴의 위탁제조 등 신규 수요처 확보로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선전한 덕분이다.

신규 수출 유망품목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화장품 수출도 81%, 26%씩 증가해 전체 수출 감소폭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역별로는 최근 새로운 생산기지로 자리매김 중인 베트남(32.4%)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감소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텐진항 폭발사고로 8.8% 크게 줄었고, 유럽연합(EU)과 미국으로의 수출도 각각 20.8%, 4.4% 감소했다.

이밖에 △일본(-24.4%) △아세안(-6.5%) △중남미(-21.3%) △독립국가연합(-44.9%) △중동(-19.2%) 등지로의 수출도 일제히 줄었다.

산업부는 올해 3분기에는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제품·석유화학 및 선박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4분기에는 OLED, 화장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의 호조세 및 자동차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갑석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수출단가는 유가하락과 공급과잉 등으로 18% 감소한 반면, 수출물량은 3개월 연속 증가해 3.8% 늘어나는 등 수출 동력은 살아있다”면서 “3분기에는 유가하락 영향이 지속되겠지만 4분기에는 신차출시 등으로 수출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