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끝낸 삼성 반도체…메모리 '선택과 집중' 승부수
by김응열 기자
2024.12.05 15:29:16
반도체 수장, 메모리사업 직접 챙기고
파운드리 인력, 메모리로…역량 보강
한진만·남석우, 파운드리 시너지 관건
"메모리 1위 흔들…'선택·집중' 불가피"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메모리 반도체 사업 반등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이어진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전반에 걸쳐 메모리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다만 메모리 1위라는 지위가 흔들리는 만큼 업계 안팎에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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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인사와 조직개편은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세 개의 직책을 갖는 게 단적인 예다.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 따라 DS부문장 외에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임한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았는데 약 8년 만에 다시 메모리사업부를 이끈다.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인 SAIT까지 이끌며 첨단 메모리 기술과 제품 개발 모두 직접 챙기는 셈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삼성SDI를 살린 경험이 있는 전 부회장 능력은 충분히 검증이 됐다”며 “본인이 총괄해서 메모리를 책임지고 잘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메모리사업부로 인력을 지속적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공정개발실 인력 일부를 HBM개발팀 등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공정개발실은 메모리·시스템반도체 관련 선행 기술 개발을 맡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그 전에도 파운드리사업부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전환배치를 했다.
| 한진만(왼쪽)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과 남석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CTO.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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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메모리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업계 2위라는 점은 변함없이 이어지겠지만, 메모리 1위 지위는 다소 흔들릴 조짐이어서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한진만 사장이 DS부문 미주총괄(DSA)로 일하며 축적한 미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사업부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을 신설해, 기술 인사이트는 남석우 사장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영업 인재와 기술 인재의 조합인데 지금 시점에서는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두 사장이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라는 벽이 너무 거대해 삼성 파운드리 육성은 더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지만 메모리 1위 지위가 위협 받는 건 당장의 문제”라며 “메모리 회복에 사활을 걸 때”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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