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사야!" 갑질한 日지사 사퇴 요구에 한 말

by김혜선 기자
2024.09.09 19:52:03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일본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사이토 모토히코 효고현 지사에 효고현 의회 소속 정당들이 사퇴 요구에 나섰다. 그러나 사이토 지사는 “시정을 계속 하고 싶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이토 모토히코 효고현 지사. (사진=효고현 홈페이지 캡처)
9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효고현 의회 제2정당인 일본유신회는 갑질 논란과 관련해 사이토 지사에 사직 및 재선거를 요청했다.

일본유신회는 효고현 의회 최대 세력인 자민당과 함께 지난 2021년 선거에서 사이토 지사를 공천한 정당이다. 사직 요청서는 핫토리 요헤이 부지사를 통해 전달됐으며 “(갑질 의혹에 대한) 사이토 지사의 해명은 의회와 시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사직을 관두고 민의를 재검토하길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민당은 오는 12일 사이토 지사에 사퇴를 공식 요구할 방침이며, 다른 정당들도 동조할 의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사이토 지사는 “엄격한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앞으로도) 필요한 시정을 진행시키고 싶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의회의 사퇴 요구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이토 지사가 스스로 지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남은 임기까지 지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

사이토 지사의 갑질과 비리 의혹은 지난 3월 효고현청 A국장이 현의회와 언론에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사이토 지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A국장에게 징계를 내렸고 A국장은 사이토 지사의 비위를 밝혀달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효고현 의회의 특별조사위원회 ‘백조(百條) 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사이토 지사의 갑질 행각을 고발하는 글이 이어졌다.

설문조사에서는 사이토 지사가 피혁공장에 방문해 고급 가죽점퍼를 선물로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거나, 양식업자에게서 받은 굴을 전부 자택으로 보내는 등 내용이 폭로됐다. 또 예약제로 운영되던 호텔 식당에 ‘당일 예약’을 요청한 뒤 거절당하자 “나는 지사다”라고 격노하거나, 효고현 시찰 중 “일반 화장실에서 옷 매무새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해 직원들이 거울이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