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미래 키워드 ‘도전과 변화’…전동화·SW·신사업 박차(종합)

by손의연 기자
2023.01.03 17:34:03

3일 남양연구소서 현대차그룹 신년회
정 회장, 전동화·SW·신사업 등 '도전'
능동적인 조직문화로 '변화'
경영진이 경영 전략 설명…현장 질문에 답변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열고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은 올해 △전동화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정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도 더욱 진화된 차량을 개발하고 공급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EV9, 코나 EV, 레이 EV 등 경형에서부터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를 출시하는 한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톱티어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는 보다 완벽한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차)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자율주행 △PBV·AAM 등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소형원자로(SMR) 등 신사업 분야 계획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이 가능한 차량을 출시하고 북미에서는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사람과 사물의 이동 목적에 부합하는 PBV 차량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항공 이동 수단인 AAM 프로토타입 기체도 개발해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서의 리더십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 분야와 관련, 정 회장은 “로보틱스 랩과 보스턴 다이나믹스 그리고 BD-AI 연구소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인류의 복지와 편의를 지원하는 인간 친화적인 제품 공급의 밸류체인을 꾸준히 완성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소형원자로(SMR)와 같은 에너지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더욱 안전한 초고강도 철강제품 개발과 스마트 물류 솔루션 육성에 박차를 가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자신감은 올해 글로벌 목표치에서도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시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각각 전년보다 약 10% 증가한 432만1000대, 320만대로 잡았다. 현대차는 특히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보다 1.4% 증가한 394만4579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돼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국내에선 5.2% 감소한 68만8884대, 해외에선 2.9% 증가한 325만5695대를 기록했다. 기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4.6% 증가한 290만3619대를 판매했으며 내수에서 54만1068대, 해외에서 236만2551대로 전년보다 각각 1.1%, 5.4%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정 회장은 이번 신년회를 통해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방식과 장소 모두에 변화를 준 것이 상징적이다. 타운홀 미팅 방식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신년회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선 정 회장만 나와서 신년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 사장 등이 함께 나와 직원들에게 경영 전략을 직접 설명했다. 경영진이 직원들과 질의 응답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데에도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내부의 젊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의사결정과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젊은 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소통해 나가야 한다”며 “다양성을 존중하며, 능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사를 실시하고 제도적인 개선을 이어나가 과거의 단점들을 과감히 없애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연 것도 처음이다. 정 회장이 올해 도전과 변화를 화두로 제시한 만큼, 그룹 본사가 아닌 R&D 핵심 거점인 남양연구소를 택했다. 또 올해는 남양연구소가 자동차종합연구소로 출범한지 20주년되는 해로 의미를 더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남양연구소는 정의선 회장이 새해 메시지에서 그룹의 경영화두로 제시한 ‘도전’과 ‘변화’가 시작되는 거점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정의선 회장은 기업의 창의적 변화는 구성원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에서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