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기간 절반 남았는데...대출 한도 7%대 그친 안심전환대출, 왜?

by이연호 기자
2022.09.28 16:31:38

안심전환대출 9일차,누적 1조8813억원 신청
총 대출 한도 25조원 7.5% 수준…총 신청일 19일 대비 '저조'
2015년·2019년 선풍적 인기에 신청일 분산 '묘수'까지 냈지만 정작 '썰렁'
4억 원 이하로 오히려 조건 강화…"초저금리 혼합형 대출자들에 금리 메리트도 없어"...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앞선 두 차례 출시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안심전환대출이 올해엔 신청 기간이 약 절반 가량 지난 시점에도 전체 대출 한도의 7.5% 수준만 접수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정부가 과거보다 까다로워진 자격 조건을 둔 데다, 금리 이점도 크지 않은 점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 안심전환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3차(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 9일차인 지난 27일 누적 기준 약 1조8813억원, 2만554건이 신청됐다.

신청 채널별로 보면 주택금융공사(홈페이지 및 스마트주택금융앱)로 1만609건(1조88억원)이,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6대 은행(모바일 앱 및 영업 창구)으로 9945건(8725억원)이 접수됐다.

금액 기준으로 정부가 설정한 총 대출 한도인 25조원의 약 7.5% 수준이다. 전체 신청 가능 일수가 19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신청 9일차엔 평균 약 47%의 한도가 소진돼야 하지만 한참 부족한 신청 현황이다. 금리 메리트가 크지 않고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이 같은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기 주택담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변동·혼합형 금리 주택담보 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3%대 장기·고정금리 정책 모기지로 대환해 주는 상품이다.

대출 금리는 연 3.8%(10년)∼4.0%(30년)를 기본으로 하되, 저소득 청년층(만 39세 이하·소득 6000만원 이하)은 연 3.7%(10년)∼3.9%(30년)의 금리를 적용 받는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면 기존 대출 잔액 범위 내에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선 2015년 1차와 2019년 2차 신청 당시의 혼잡을 고려해 이번 3차 신청에선 주택 가격 및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일을 분산하는 묘안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그 같은 우려는 다분한 기우에 불과했다.



정부는 다음달 6일부터는 시가 4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들이 신청할 수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업계에선 현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진 않는다.

올해 안심전환대출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는 먼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신청 자격이 꼽힌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4억원 이하 1주택자’의 올해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 요건은 오히려 2015년, 2019년에 비해 강화됐다.

1~2차 안심전환대출 당시 주택 가격 기준은 시가 9억원으로 똑같았다. 다만 1차 땐 소득과 보유 주택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2차 땐 부부 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 1주택자의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2015년과 2019년에 비해 집값이 급등했는데도 오히려 신청 자격 요건을 시가 4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대폭 강화하면서 수도권 주민 배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정부가 주택 가격 기준을 4억원 이하로 설정한 것은 지난 2019년 당시 커트라인인 2억7000만원과 올해 전국의 평균 주택 중위 가격(4억6000만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2019년 2주 간 공급 한도인 20조원의 3.5배에 달하는 총 73조9253억원(63만4875건)이 몰렸지만, 정작 커트라인이 2억7000만원으로 정해지면서 ‘희망 고문’ 논란이 일었다. 결국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당해 국정감사에서 ‘희망 고문’ 논란에 대해 “수요 예측에 실패한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금리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점도 올해 안심전환대출의 저조한 인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주담대(혼합형) 상단 금리가 이미 7%를 넘어섰고 연말께 8%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초저금리 시기인 2019~2020년 대출을 받은 이들로선 미래 금리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기가 꺼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 차주들이 보통 많이 선택하는 혼합형 금리 상품은, 초기 5년은 고정금리로 그 이후엔 6개월 단위의 변동금리로 바뀌는 방식”이라며 “2019년도에 혼합형 주담대를 받았다고 하면, 현재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실제 차주들이 지불하고 있는 이자보다는 높은 상황인데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당장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2019년에 혼합형 주담대를 받았다고 하면 변동금리로 바뀌는 시점인 2024년 즈음엔 정부가 또다시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누가 현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신청 금액이 총 공급액인 25조원에 미달할 경우 주택 가격 기준을 5억원으로 늘리는 등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다음달 17일 신청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대출 한도에 미달할 경우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기간을 연장해 추가 접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내년에 추가로 공급하는 일반형 안심전환대출에선 주택 가격 조건을 시가 9억원 이하까지 확대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에선 이 같은 대상 확대를 현재 진행 중인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에 즉시 적용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현재 접수 중인 안심전환대출의 주택 가격 조건을 9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