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찍고 적재, 이송까지"…이동 로봇으로 생산성 '껑충'

by김호준 기자
2021.06.15 16:46:49

[규제혁신이 만드는 미래]②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산업안전보건 규제 풀자 로봇 활용도 '쑥'
제조·생산 및 비대면 서비스 로봇 실증
“이동식 협동로봇, 진정한 제조 스마트화 실현”

‘규제 완화’는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 정책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이데일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별로 ‘덩어리 규제’를 풀어 지역산업 발전과 혁신성장을 촉진하는 ‘규제자유특구’를 직접 둘러보고, ‘규제혁신이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에스엘이 개발한 ‘이동식 협동로봇’이 제품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에스엘)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윙, 철컥, 삑, 쿠르르~”

지난 15일 대구시 달서구 에스엘 성서전자공장. 무인운반차(AGV) 위에 로봇팔을 단 ‘이동식 협동로봇’이 막 생산된 자동차 램프모듈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 물류창고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서영주 에스엘 전자공장 총괄 공장장은 “로봇이 공장 내 150m 정도 거리를 정해진 이동 경로로 움직이면서 제품 등록부터 적재, 이송 작업을 담당한다”며 “항상 일정한 흐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정 효율도 높고 안전성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들이 일일히 제품을 대차(카트)에 싣고 창고로 옮기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해당 공정을 담당하던 직원들은 다른 생산라인으로 돌려 더욱 효율적인 인력 배치가 가능해졌다.

서 공장장은 “작업자가 바코드를 찍다보면 놓치는 경우도 생기고,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피로도가 쌓여 공정 진행 속도도 일정하지 않았다”며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기업도 ‘예측가능한 공정’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견·중소 제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에스엘이 개발한 ‘이동식 협동로봇’이 자동차 모듈 제품을 실어 물류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에스엘)
대구가 이동식 로봇을 활용한 제조 스마트화 전초기지로 거듭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해 7월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에스엘, 피에이치에이 등 중견·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18개 기업이 현재 특구 실증사업에 참여 중이다.

그간 생산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할 때는 반드시 일정한 크기의 방호장치(펜스)를 설치해야만 했다. 이동 작업 역시 불가능해 로봇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한계가 뚜렷했다는 게 에스엘 측 설명이다. 그러나 특구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 로봇이 이동하면서도 바코드 인식이나 품질 검사, 연마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 공장장은 “값비싼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는데, 막상 이동하면서 작업을 못한다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공정 스마트화를 위해 협동로봇 연구를 진행하던 중 규제자유특구를 알게 돼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대구 특구에서 중점 추진하는 실증사업은 ‘자동화 제조공정’ 분야다. 이동식 대차(무인운반차)와 로봇팔을 결합한 이동식 협동로봇을 통해 △자동차 도어래치 제조 △자동차 부품 용접 △대형 압력탱크 제조 △자동차 램프모듈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현대로보틱스와 야스카와(YASKAWA), 쿠카(KUKA) 등 글로벌 로봇 전문기업이 입주해 있어 관련 산업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박기진 대구기계부품연구원 기계로봇연구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용 로봇시장이 활성화하면서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제조 현장 뿐만 아니라 개인 및 비대면 서비스에서도 로봇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오는 10월에는 이동식 협동로봇에 자외선 살균램프를 달아 ‘비대면 방역 살균 서비스’ 실증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 에스엘 성서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자동차 램프모듈 제품을 대차(카트)에 실어 나르고 있다. (사진=에스엘)
대구시는 이번 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경제 생산유발효과 235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642억원, 고용유발효과 684명을 기대하고 있다. 추후 지역 내 제조 중소기업에게도 이동식 협동로봇을 적용해 제품 생산부터 품질검사, 물류 등 공정 고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스마트공장 확산 및 고도화를 통해 추진하는 중소기업 제조혁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 역시 실증사업 이후 이동식 협동로봇 관련 안전 기준이 마련되면 스마트공장 고도화 등 여러 사업모델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토대로 이동식 협동로봇 국제표준까지 마련한다는 게 특구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미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 등 해외 기관들은 이동식 협동로봇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이 지난 2018년 7억달러(9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120억달러(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특구는 제조 현장의 효율성 증대를 넘어 스마트공장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로봇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해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증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 기준 마련으로 전 세계 로봇산업 표준 선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