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외손녀사위' 우샤오후이의 中안방보험, 역사 속으로

by신정은 기자
2020.09.15 15:25:04

안방보험, 주주총회서 청산 결정
'중국판 버크셔' M&A로 몸집 키워
동양생명 등 인수 중국 3위 보험사 떠올라
우 前회장 부패혐의로 징역…시진핑 견제설도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출처=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전세계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중국판 버크셔해서웨이’로 불렸던 중국 민영 금융사 안방(安邦)보험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5일 중국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전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주주총회에서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방보험은 관련 법률에 따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법인 해산 신청을 내고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안방보험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2004년 자동차 보험사로 시작해 2010년 생명 보험시장에 뛰어들었고, 12년 만에 중국 3위 보험사에 올랐다.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중국판 버크셔해서웨이’라고 불렸다.

특히 지난 2014년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힐튼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19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며 이슈가 됐다. 이후 세계 각국의 호텔과 리조트, 부동산을 잇따라 매입했고, 한국에서는 동양생명과 옛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등을 인수했다. 한때 안방보험 자산은 2조위안(약 348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7년 우 전 회장이 갑작스레 사기 및 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면서 안방보험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는 652억위안 가량의 자금을 불법 모집해 사기와 배임, 횡령 등을 일삼은 혐의로 지난 2018년 징역 18년형을 받고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이다. 중국의 민영 금융 기업의 성공 신화도 이렇게 무너졌다.



중국 금융 당국은 우 전 회장 낙마 이후 2년간 민영 기업인 안방보험 경영권을 접수했고, 주요 자산을 주요 대형 국유기업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새 법인인 다자(大家)보험에 넘겼다.

우 전 회장의 체포를 둘러싼 배경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안방보험이 무리한 해외 인수나 위험 투자에 나서다 당국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 금융 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과 국부 유출 등이 논란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에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연루됐다는 설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인 권력을 강화를 위해 견제 세력인 태자당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