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쟁중]공기청정구역 찾아 이리저리…늘어난 `공기난민`

by조해영 기자
2019.03.06 15:10:10

최악 미세먼지에 공기청정기 찾는 `공기난민` 늘어
"청정기 사기는 부담스럽지만 집에 있을 수도 없어"
온라인선 공기청정기 있는 카페 등 정보까지 공유
산소카페 등 인기…반려인은 산책 대신 애견카페 찾아

온라인에선 공기청정기가 있는 카페 정보를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이데일리 사건팀] 지난 5일 대학원생 이소연(28)씨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공기청정기가 있는 학교 근처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이씨는 “원래는 도서관에서 과제나 공부를 하지만 미세먼지가 많아 일부러 카페에 왔다”며 “자취방과 학교 모두 미세먼지가 가득한 것 같아 며칠째 카페를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며 깨끗한 공기를 찾아 피난을 떠나는 이른바 ‘공기 난민’도 늘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사기가 부담스러운 학생들부터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하는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미세먼지 청정 구역을 찾고 있다.

공기 난민들의 대표적인 피난처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카페다. 직장인 안모(29)씨는 “점심시간에 일부러 카페를 찾아 샌드위치와 커피로 식사를 대신한 적이 있다”라며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에라도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말했다.

자취생 윤미경(27)씨는 “원래는 카페를 갈 때 거리나 인테리어를 우선 고려했지만 요즘은 공기청정기가 있는지부터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인터넷에서 공기청정기를 주문했는데 바로 다음날 재고가 부족해 주문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분간 휴일엔 공기청정기가 있는 만화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맘카페 등 온라인에선 공기청정기가 있는 카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카페 회원들은 지역별로 카페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대수나 종류 등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직접 확인한 공기 질 수치를 올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찾는 키즈카페는 공기청정기가 필수 스펙이 됐다.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일부 키즈카페는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설치했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 글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키즈카페 관계자는 “매장에 공기청정기를 2대를 비치해놨다”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이제 공기청정기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기청정기가 있는 열람실을 묻는 글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정모(25)씨는 “도서관에선 공기청정기와 최대한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으려는 눈치싸움이 벌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여파로 산소카페 등은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산소카페는 카페에 설치된 산소 공급기와 공기청정기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고 홍보하는 곳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산소카페를 운영하는 김해정(31)씨는 “미세 먼지가 많아진 이후 주말에는 1시간에 20명가량이 카페를 찾고 있다. 이는 평소보다 2배 많은 수”라며 “대학가다 보니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쉴 때라도 좋은 공기를 마시자’는 생각으로 산소카페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소카페와 비슷하게 `산소존` 등이 설치된 마사지카페도 인기다. 서울 용산구의 한 마사지카페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마스크로 중무장한 손님들이 가게를 많이 찾는데 마사지보다도 깨끗한 공기를 쐬려고 오는 것 같다”라며 “직장인과 대학생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자주 온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애견카페의 모습. 미세먼지 탓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강아지들이 카페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미세먼지를 피해 산책 대신 애견카페를 찾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애견카페를 찾은 박수경(28)씨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최대한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주일 가까이 산책을 못하고 있으니 강아지가 우울해하는 것 같아 애견카페를 찾았다”고 말했다.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는 김정윤(25)씨 역시 “동물을 위한 미세먼지 마스크를 사용할까 했는데 불편해하기도 하고 효과를 믿을 수 없어 차선책으로 애견카페를 택했다”고 말했다. 애견카페 아르바이트생 김모(22)씨는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보니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확실히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