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황태자' 故 이맹희 가는길..'CJ 명예회장으로'
by함정선 기자
2015.08.18 16:56:47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삼성가(家)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그룹 승계에서 밀려나 쓸쓸한 노년을 보냈던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은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과는 달랐다.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 별세 후 CJ그룹 명예회장으로 예우를 받았고, 장례식 역시 CJ그룹장으로 치러졌다. 재계와 정계,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이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마지막을 배웅했다.
18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오전부터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 명예회장과 직접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은 물론, CJ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공식적인 조문을 받기 전 17일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범 삼성가의 가족들이 이 명예회장을 조문했다.
이 명예회장은 유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는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지만, 이 부회장을 비롯한 범 삼성가의 방문에 CJ와 삼성 두 그룹, 두 가족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 그룹에서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사장단이 18일 조문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날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이 이 명예회장을 조문했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사장단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실장 역시 빈소를 방문했다.
이재현 회장과 친구인 최태원 회장은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계에서는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서울대 동기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조문했다. 박병석 의원은 이 명예회장과 30년간 교류했다는 인연을 밝히며 “저녁 식사까지 하고 편하게 가셨다고 하더라”라고 고인의 마지막을 전하기도 했다.
범 삼성가 외 이 명예회장 가족들의 조문도 계속됐다. 이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이인희 한솔 고문도 휠체어를 타고 빈소를 방문했으며 매제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도 조문을 마쳤다.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도 아버지와 함께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구자학 회장은 이 명예회장을 추억하며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해 재미가 없던 사람”이라고 친분을 드러낸 후 “식성도 좋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이 명예회장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한상대 전 검찰총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 관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한편 연예계에서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가수 태진아·이승철, 배우 이정재 등이 빈소를 방문했다.
다만 이재현 회장은 건강 문제로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 이 회장은 장례식 참석을 위해 주거제한 변경까지 신청해 허가를 받았지만 면역력이 약해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손경식 회장과 이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씨가 지켰다.
이 명예회장의 영결식은 20일 중국 필동 CJ인재원에 열릴 예정이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로 CJ그룹은 장지를 결정했지만 공개하지는 않았다. 삼성가의 장남이지만 고 이병철 회장이 잠든 삼성가의 선영에 안장되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