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필리핀 도주한 용의자, 월풀욕조 있는 ‘황제 교도소’행 노리나

by김혜선 기자
2023.07.12 22:13:42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용의자가 필리핀에서 ‘황제 교도소’행을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필리핀의 교도소 환경은 돈만 있으면 자신의 집을 짓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용의자가 이러한 것을 알고 일부러 추가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진=게티이미지)
12일 JTBC에 따르면, 아내 살해 혐의를 받는 강모 씨는 필리핀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된 후 범행을 부인하지 않고 자신이 단독으로 마약을 운반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강씨는 JTBC에 아내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마약 운반 혐의에 대해서는 “네”라며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필리핀 교도관은 강씨가 직접 “1kg의 필로폰을 배달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마약을 거래하면 종신형에 처해지는데, 종신형을 받은 죄수는 ‘황제 교도소’로 유명한 뉴빌리비드 교도소로 가게 된다. 만약 강씨가 필리핀에서 종신형을 받게 되면 국내 송환은 물거품이 된다. 이에 강씨가 일부러 마약 관련한 범행을 추가로 저지르고 뉴빌리비드 교도소행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닐라에 위치한 뉴빌리비드 교도소는 ‘무법지대’로 악명이 높은 교도소다. 적정 수용인원은 6000여명이지만 이를 훌쩍 넘는 인원이 수감돼 있어 사실상 수감자 관리가 불가능하다. 통제가 없다보니 수감자들은 돈만 있으면 자신의 집을 짓거나 스스로 요리를 해 먹는 등 자유로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한 수감자는 교도소 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녹음하고 앨범을 내 1만 5000장을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일부 부유한 수감자들이 고급 빌라를 짓고 월풀욕조와 TV 등을 들여와 호사를 누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강씨는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산에서 아내를 숨지게 한 뒤 태안 고남면의 한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아내의 직장 동료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아내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저수지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의 목에는 끈이 둘려 있던 흔적도 발견됐다.

강씨는 곧바로 필리핀으로 도주했지만 지난 2월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국내 송환 절차가 늦어지다가 지난 5월 21일 이민국 수용소에서 탈옥, 8일 만에 체포됐다. 검거 당시 강씨는 마닐라의 한 콘도에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