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23.05.02 16:45:17
4월 11일 금통위 의사록 공개
퇴임한 주상영·박기영 뺀 4명 모두 '물가 걱정'
주상영 "과도한 긴축, 경기 과도하게 위축"
박기영 "구조적·경기적 요인 구분 통화정책이 대응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음에도 물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지난 달 20일 퇴임을 한 주상영 위원은 수요 압력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금리 인상 등 추가 긴축을 할 경우 경기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박기영 위원은 경기의 구조적, 경기적인 요인을 구분해 한은이 후자에 대해서만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일 한은이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하락 속도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작년말 이후 경직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활동 재개, 산유국 감산 등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선 이연된 공공요금 인상이 향후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물가 환경이 지속되면서 기업이 비용 상승을 상품 가격에 전가하는 행태가 강화되는 등 2차 파급 영향이 예상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물가의 기조적 하향 안정을 확신하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물가안정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및 주요국 통화정책 추이를 봐가며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필요기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은 “근원물가는 상품, 서비스가 모두 오르며 다소 경직적”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등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비용 상승 압력 누적 등에 따른 2차 파급영향 등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 물가 둔화 흐름이 제약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환율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 주로 기인해 여타 통화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향후 국내 요인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환율 움직임을 유의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근원물가 역시 앞으로 경기둔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둔화 흐름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여타 위원들에 비해 물가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으나 이 위원조차도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경직성 높은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세, 국제유가 반등세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경계심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도 물가 흐름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점검해 나가되 경기, 금융안정 측면의 여건 변화를 균형 있게 살펴보면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위원직을 떠난 주상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높은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임기 내내 ‘비둘기(완화 선호)’로 불렸던 만큼 해법이 달랐다. 해당 위원은 “현재의 경기 상황에서 수요 압력이 물가 둔화 속도를 더디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비근원물가의 변동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수요 압력과 무관하게 그간의 비용 인상 잔여 압력에 의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시차는 길고 가변적이라 때로는 그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안정시키려는 의도의 추가 긴축은 경기를 과도하게 위축시키고 금융불안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은 떠나면서도 향후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박기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인물은 향후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지속성과 높은 근원물가, 환율 및 수입물가, 경상수지, 외국인 자금 유출입 추이 △디스인플레이션 속도 자체의 적정성 △긴축 지속에 따른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경기의 구조적이고 장기적 요인, 단기적이고 경기적 요인을 구분해서 한은이 통화정책으로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지, 구조적인 부분까지 하려다간 자산 가격 버블 등 금융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저성장을 경기적 요인과 분리하지 않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할 경우 금융불균형이 생기고 물가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할 수 있는 금융우위 상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와 금융안정에도 별도의 수단으로 분리 대응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같이 장기적 추세 변화와 단기적 경기 변동에도 별도의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은은 인구구조 변화, 생사넝 등 장기 추세에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와 함께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렵거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정책 수단, 기존의 거시건전성 정책, 재정정책과의 정책 조합에 대한 연구를 선도하고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