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빨리 늘어난 빚…10곳중 3곳 이자도 못낸다

by김경은 기자
2019.06.20 17:32:21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부채 증가율, 소득ㆍ자산 증가율 웃돌아
기업 10곳 중 3곳 이자 갚기도 벅차...8년래 최악
자영업자 대출도 '적신호'
한은, 전금융업권 대상 첫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보험사ㆍ증권사 자산가격 하락 여파 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경은 김정현 기자] 부채의 증가 속도가 자산과 소득 증가를 여전히 뛰어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가구의 빚은 더 늘었고,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은 악화했다.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도 증가했다. 부채에 대한 부담이 자칫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도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 가계부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한 154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 가계의 처분가능소득과 자산 증가보다 빠르다. 지난 1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8.1%로 전년동기대비 1.9%포인트 상승했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8.1%로 2.1%포인트상승했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도 나빠졌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의 비중은 32.1%로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업들 10곳 가운데 3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특히 중소기업(34.0%)이 심각했고, 업종별로는 자동차(37.8%), 조선업(54.9%), 해운(39.8%), 부동산(42.7%), 숙박·음식업(57.7%) 등에서 1 미만 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중소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하락하고 있어,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의 빚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출규제를 펴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고위험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간값은 76.6%로, 전년(70.6%) 대비 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산대비부채비율(DTA) 중간값도 같은 기간 145.6%에서 150.6%로 5%포인트 올랐다.

DSR과 DTA는 각각 소득과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다. 당국은 DSR 40%, DTA 10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중간값이 상승했다는 것은 소득과 자산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채는 여전한데 갚을 능력이 더 약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고위험가구 중에서는 부동산 임대 사업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가구 가운데 자산이 상위 40%에 속하는 자산 4~5분위 가구의 경우 임대 부동산 보유비중이 46.3%에 달했다. 세입자가 임대보증금을 되돌려 받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영업자 부채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1분기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636조 4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소득과 자산 대비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은 52.2%로 가장 높다. 이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고위험가구의 가구당 금융부채액(3억9000만원)이 여타 가구(8000만원)보다 약 4.8배 높아서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3월 말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년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도·소매(0.45%), 숙박음식(0.43%), 부동산(0.21%) 업종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한은은 “경기여건상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어 자영업 대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대출 연체율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취약차주 증가는 일부 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호금융조합과 여신금융사의 연체율은 1분기 말 각각 1.80%, 1.82%로 전년 대비 0.44%포인트, 0.08%포인트 증가했다. 한은은 “상호금융조합은 지역별로 주력업종이 부진한 지역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었고,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고금리 대출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연체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분석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했다. 전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올해 2%, 내년 3.3% 감소하고 주택가격이 최대 15.6%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대체로 자본비율이 위험 수위를 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보험사와 증권사, 지방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유가증권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나 증권사 등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의 상호거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손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에도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