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17.03.20 14:54:1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새로운 출입처인 보험업계를 출입한 지도 3개월이 되어간다. 기자 생활 이후 몇 차례 출입처 변경이 있었지만 이렇게 적응에 오래걸리는 긴 처음이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풀어야 할 공간에 이렇게 개인적 술회를 쓰는 것은 보험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보험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물었을 때 취재원들의 대답은 십중팔구 ‘용어’ 이야기를 한다. 아마 보험을 한 번이라도 가입해 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약관만 보더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보험약관은 ‘수박 겉핥기’로 훑어도 될 여타의 금융상품 약관과 달리 피보험자가 보험금 혜택을 알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조건을 명시한 계약서다. 그럼에도 보험을 가입하자마자 받는 두꺼운 보험약관을 대부분은 보험금을 받을 사건이 자신에게 발생할 때나 자세히 들여다보게된다. 찬찬히 읽겠다 작심하고 읽어도 좀처럼 진도가 안나간다.
보험용어는 이해충돌 발생에 대비해 대부분 법률용어가 많고, 일본식 약관을 들여오면서 한자어로 번역한 용어를 주로 쓰고있다. 보험업계도 사망과 상해를 죽거나 다쳤을 경우로 바꾸는 등 용어를 순화하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이유로 보험 재무제표를 제대로 이해하는 회계전문가가 드문 실정이라고 한다.
생명보험 표준약관 단순 기재오류에서 비롯된 자살보험금 이슈만 봐도 약관변경에 얼마나 미적거리는지 알 수 있다. 자살을 재해사망특약으로 규정한 약관이 10년 동안이나 지속해 280만명의 가입자를 낳은것만 보더라도 보험업계가 얼마나 소비자들과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는지 알 수 있다.
보험은 20~30년 이상 지속하는 장기상품이다. 가입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계약자들은 갑에서 을이 된다. 보험업계가 그만큼 느린 이유다. 관계 영업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사후 관리에는 미흡하다. 보험업계 민원이 금융권 민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민원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보험이 어려운 것은 소비자들에게 비친화적인 업계의 이 같은 행태 때문으로 본다면 지나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