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간지에 장강상학원 교수 "못믿을 中경제지표 왜 보는지…"

by신정은 기자
2015.05.19 17:19:10

상하이증시 랠리 "후강퉁 호재 아냐"…선강퉁 효과도 의문
"한국 기업, 중국서 서비스업 기회 노려야"
中핀테크 성공 비결은 전자상거래 급성장

(사진=CKGSB)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중국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잘못됐다는 거 다들 아시면서 왜 여기에 집중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심지어 리커창 총리도 `커창지수`라는 것을 별도로 집계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간지에(甘潔·) 장강상학원(CKGSB) 재무학 교수 겸 기업금융전략 리서치센터장은 19일 서울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지표 신뢰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간지표 중 하나인 HSBC 구매자관리지수(PMI)도 현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PMI는 수출 중심 기업을 위주로 집계하고 있고, 전분기 대비 변화를 알려주는데 그치기 때문에 중국 전반 경기를 대표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간 교수는 경기가 호황이거나 불황일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절대적 수치로 집계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만들었다. CKGSB는 분기마다 중국의 연매출이 500만위안이 넘는 1만개 기업을 추출해 약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간지에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GDP에 대한 신뢰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잘못됐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중앙 정부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 정부의 수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리커창 총리도 `커창지수`라는 것을 별도로 집계해 사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 중국 GDP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 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연구하는 BSI를 비롯해 많은 지표를 다양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BSI는 중국 경제가 호황이거나 불황인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메커니즘을 진단하기 위한 지표다. 기업은 언제쯤 투자 늘려야 해야하는지 이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은 실효성이 있는가.

△BSI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표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성장 부진 요인으로 꼽은 요소는 `주문 부족`이 52%로 절반을 넘었으며 인건비가 16%, 원자재가 12%로 그 뒤를 이었다. 자금 조달이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대형 국유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대부분 제조산업 대기업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금융적 조치에 따른 효과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기업은 재정적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펼쳐야 하는 정책은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이다. 실제 지표에서도 해외 시장보다 내수 시장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정책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초과 설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고임금 노동자가 창출되어야 하고 높은 가계 저축율을 줄이고 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 증시 버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선강퉁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후강퉁 처럼 증시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는가?

△단정적으로 증시가 버블이라고 규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과열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주로 과열돼 있다고 본다.

선강퉁 시행은 시간의 문제다. 후강퉁이 개통된 시점에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선강퉁 시행은 후강퉁 처럼 크게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후강퉁이 시기적으로 호재가 됐던 것이지 단순히 후강퉁으로 주가가 랠리를 보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지난해 50% 가까이 폭등한 것은 2007년 이후 폭락한 증시에 저점 매수세가 확산되서다. 2001년과 2011년 상하이 지수가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던 시점이 있다. 즉 10년 동안 단 1%의 성장도 없었던 것이다. 최근 이렇게 저평가된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렇게 보면 선강퉁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선전 증시 상장기업은 대부분 벨류에이션이 높은 중소기업이다. 물론 선강퉁이 후강퉁처럼 시기를 잘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다.

증시는 미래 전망과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기대감은 단기적인 기업 성적이나 장기적인 중국 정책 호재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런 것들은 지수에 많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큰 호재가 없는 이상 더 오르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완(대만)과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타이강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데?

△타이강퉁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개념조차 생소하다. 타이완도 홍콩도 모두 자유롭게 증권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타이강퉁이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후강퉁의 경우 까다로웠던 중국 본토 증시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해준다면?

△ 중국 진출을 희망한다면 중국의 펀더맨털을 잘봐야한다. 지금 중국 제조업은 초과설비 문제로 투자 기회가 희소적이다. 제조업 쪽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없다면 성장은 어렵다.

반면 서비스 쪽은 기회가 많다. 중국 자체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가고 있는 데다 한국의 서비스 산업이 워낙 앞서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을 얼마나 많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소비자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한국의 영화나 성형수술 등 중국인의 수요가 많은 곳을 노려야 한다. 중국에는 분명 기회가 있다.

다만 과거처럼 저임금 노동자나 풍부한 토지 등 자원을 보고 중국에 진출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제 이런 접근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중국의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산업의 발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의 핀테크 금융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중국은 핀테크라는 용어가 생소할 만큼 자연스럽게 이 산업이 정착했다. 중국의 핀테크가 잘될 수 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해서다. 중국의 소매업 수준은 굉장히 낮았다. 홍콩에 거주하다가 중국을 한번씩 가면 상품 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관세를 비롯한 세금,그리고 유통망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또 중국은 땅이 큰데다 교통 인프라까지 취약해 쇼핑을 하기 힘들다.

알리바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소매시장은 굉장히 잘되어 있었기 때문에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의 전자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는 품질 보증 역할을 해줬다. 구매자가 결제를 하고나 서 구매를 확정하기 전까지 알리페이가 그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알리페이에 자신의 현금을 입금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도 이런 전자상거래 수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중국 대형 국유은행들의 견제도 상당하다. 중국 정부도 이를 어떻게 잘 규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혁신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했던 국유기업을 자극했고 경쟁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