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14.11.19 19:54:26
삼호重도 KCC 지분 매각, 4200억 확보
정상화 확신 위해 최고경영진 주식 매입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자회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던 KCC 주식 80만3000주(7.63%)를 19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장 마감 이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대우증권이 매각주관사를 맡았다.
매각가격은 이날 KCC 종가(54만4000원)에서 3.9~6.8% 할인한 주당 50만7000~52만3000원이다.
블록딜을 마무리하면 현대중공업은 최대 4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03년 11월 KCC 주식 80만3000주를 1896억원에 매입해 두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KCC(002380)가 2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는데 힘입어 KCC주가가 연초보다 18.8% 뛴 덕분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10년 만에 KCC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는 것은 그룹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이 사업구조조정의 연장이다.
전날에도 현대중공업측은 또다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소유한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를 팔아 2640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조선업 침체와 함께 그룹의 핵심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반기 현재 부채비율이 197.68%로 200%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1조420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나머지 KCC 지분과 현대차,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매각은 액수가 크지 않지만 회사 구조조정의 장기적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현대중공업 쪽에서 조만간 또다른 자산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조선부문 수주 잔고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이라며 “올해 이후의 신규 수주분이 매출에 반영된다 하더라도 이익률의 대폭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이며 비조선부문의 업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각각 2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주식(1719주, 1721주)을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식 매수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최고경영진의 주식 매수는 회사 정상화 및 주가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두 최고경영자가 주식매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