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神의 한수' 한진중 수빅조선소

by정태선 기자
2013.11.07 18:13:53

필리핀 최대 조선소, 60만 TEU 건조능력
재도약의 발판..경쟁력 '월등'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한진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에 위치한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마닐라에서 버스로 3시간이 걸린다. 필리핀 최대 규모인 수빅조선소는 300만여 ㎡(90여 만평)의 부지에 축구장 7배가 넘는다. 미군이 주둔하던 기지였던 수빅은 2009년 한진중공업의 조선소가 완공된 이후 연간 60만톤(DWT)의 건조능력을 자랑하며 조선기술이 전무했던 필리핀을 조선 4개 강국으로 단숨에 올려놓았다.

수빅조선소는 골리앗 크레인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춘 세계 최대급 도크를 2개 확보하고 있다. 제5도크에서 54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컨테이너선 2척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옆에 있는 제6도크는 길이 550m, 넓이 135m로 5400TEU급 3척과 해상관광호텔인 플로텔 1척 등 총 4척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총길이 4km에 달하는 10개의 안벽에는 85% 이상 공정을 마친 대형 컨테이너선 등 각종 선박 10여척이 꽉 들어차 마무리 공정을 하고 있다. 수빅조선소 10분의 1도 안되는 부산 영도조선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작업들로 분주하다. 수빅조선소는 우기에는 매일 비가 내리는 열대지방의 특성을 감안해 대부분의 생산라인들은 강풍에도 견딜수 있는 지붕도 만들었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어떤 기상조건에서도 1만 8000여명의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작업을 할 수 있다.

수빅조선소는 일반상선을 건조하기에도 벅찬 영도조선소의 부지(26만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영도조선소는 국내에서 제일 먼저 건설한 조선소로 ‘조선산업의 1번지’로 통한다. 지난 1977년 국내 최초로 석유시추선을 건조했고, 1995년 동양 최초의 멤브레인형 LNG선을 건조해낸 기술력과 경험을 지녔다. 하지만 영도조선소 부지가 협소해 점차 대형화 되는 선박을 건조하는데 한계에 다달했다. 현대중공업과 500만㎡(150만평)의 삼성중공업과 어깨를 견주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안진규 한진중공업(097230) 수빅조선소 사장은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서 35년동안 각종 인프라 사업을 하면서 조선소 진출 가능성을 엿봤다”며 “월 평균 30만원 정도의 저렴한 인건비, 필리핀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등이 매력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동생산성이 영도조선소와 비교하면 초기 20~30%에 불과했지만 훈련센터를 함께 만들어 현지 인력을 용접부터 생산관리까지 교육하면서 현재 국내인력과 비교해 절반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진중공업의 기술과 경험이 더해지면서 수빅조선소는 중국이나 일본, 국내 조선사들과 견줘도 자신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때 영도를 폐쇄하고 수빅조선소에만 집중한다는 오해로 혹독한 노사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내 직원들 조차 ‘신의 한수’라고 평가할 정도다. 2006년 당시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다면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 조선업의 불황 속에 한진중공업 역시 존립기반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공감하고 있다. 2009년 완공한 수빅조선소는 지난 9월까지 모두 51척 33억 달러 상당의 선박을 인도했다. 수주잔량도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모두 38척으로 2016년까지 작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