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사 '갑질' 어디까지..델타항공이 이륙전 화장실 간 승객 내쫓아

by차예지 기자
2017.04.27 13:54:18

/abc 방송 캡쳐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미국 항공사들의 갑질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 델타 항공에서 이륙 전 화장실을 다녀온 탑승객을 쫓아내는 일이 발생했다.

26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이륙하려던 여객기 내에서 소변이 급해 화장실을 다녀온 흑인 남성 키마 해밀턴(39)이 승무원들에게 강제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위스컨신 주 밀워키공항으로 이륙하기 직전 델타항공 기내에서 발생했다.

해밀턴은 여객기 이륙 전 소변이 마려워 기내 화장실로 갔다가 승무원이 “화장실을 이용하면 이륙을 할 수 없으니 잠시만 참으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당시 여객기는 활주로에서 30분 넘게 대기 상태였다. 해밀턴은 계속해서 이륙을 기다리다가 어쩔 수 없이 급하게 화장실로 가 약 1분만에 볼일을 보고 돌아왔다.

그때 기장이 기내에 나타나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비행기는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 승객 1명을 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델타 승무원 2명이 차례로 해밀턴에게 다가와 “짐을 싸서 비행기에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해밀턴은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을 해줄 수 있겠나.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승무원은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 여기서는 안된다. 나를 따라와 달라. 여기서는 얘기 못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승무원이 다가오자 해밀턴은 화장실이 급했다는 사정과 함께 94명의 6학년생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밝은색 조끼를 입은 두번째 승무원은 이전보다 온화한 말투기는 했지만 단호하게 규정대로 그를 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장과 승무원은 기내에 탄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해밀턴만 빼고 다시 태웠다. 내리면서 해밀턴은 옆에 앉은 승객에게 사과를 했지만 그 승객은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밀턴은 게이트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조사를 받았다.

마침 해밀턴은 기내에서 복도 건너편 좌석에 앉아있던 변호사 부부가 변호를 해줘 무사히 풀려났다. 그는 이어 델타항공으로부터 항공권 비용 일부를 돌려받고 밀워키행 사우스웨스트 항공기를 탔다.

하지만 해밀턴은 돌려받은 금액보다 3배를 더 주고 그 자리에서 항공권을 사야 했다.

집에는 당초 예상보다 몇 시간 늦은 밤 11시에 도착한데다 짐은 다시 밀워키 공항으로 가 찾아야 했다.

DJ이자 밀워키 공립학교 강사인 해밀턴은 190㎝가 넘는 키와 레거머리로 인해 종종 이 같은 일을 경험하곤 한다고 밝혔다.

해밀턴의 사연은 기내에서 인근에 앉아있던 크리스타 로솔리노 변호사가 델타항공에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그는 “해밀턴이 기내에서 쫓겨난 것은 그의 검은 피부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다시는 델타항공을 타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비행기를 탄 20년 동안 돈을 낸 승객에게 한 처사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을 목격했다며 “댈타 항공 승무원들이 그들의 고객을 대한 방식에 굉장히 실망했고 몸서리가 쳐졌다”고 썼다.

로솔리노는 “그렇다면 그 남성이 대체 어떻게 했었어야 했나?”고 반문하며 글을 맺었다.

한편, 델타항공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기내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abc방송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