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줄여라" 진단에..철강업계 "수요 회복기 대비 신중해야"

by성문재 기자
2016.09.28 16:08:05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컨설팅 용역 결과 발표
후판, 생산설비 감축 및 매각..강관, 자발적 M&A
업계 "가동률 조절로도 가능..설비 폐쇄 신중해야"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일부 제품의 생산설비를 감축하고 기업간 자발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주요 철강업체들은 가동률 조정으로도 수급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며 향후 수요 회복기를 대비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5월부터 컨설팅사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을 통해 글로벌 관점에서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 연구용역을 완료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BCG 최종보고서의 핵심은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부가제품을 확대하는 것이다. BCG 측은 “글로벌 철강수요는 향후 2030년까지 연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중국이 생산능력을 축소한다고 해도 2020년에 7~12억t의 조강생산능력 과잉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군별로 보면 후판은 선박 수주 급감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생산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강관은 다수의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심화해 기업활력법 등을 통한 기업간 자발적 재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냉연강판 등 판재류는 원가 및 품질경쟁력이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향후 미래소재 개발 및 수출기반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봉형강은 건설 특수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펀더멘털은 취약하기 때문에 스케일 기반의 수익성 개선과 철강재 안전 규격 강화 등의 노력을 주문했다.

업계는 고부가 제품을 확대하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후판 생산설비 감축과 매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조선업황이 안 좋다고 조선용 후판 관련 설비를 폐쇄 또는 매각하면 몇년 뒤 조선 경기가 회복됐을 때 중국에 안방을 그냥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와 정부가 철강업계에 후판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철강사들이 후판 생산능력을 키웠던 것이 불과 4~5년전이다. 현재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생산능력은 연 1200만t 정도며 실제 생산량은 약 900만t으로 추정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체 자체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설비를 폐쇄하는 것은 고용 문제도 뒤따르고 철강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컨설팅은 글로벌 철강공급과잉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수요 위축에 따른 국내 철강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협회 주요 회원사가 참여하고, 학계와 연구계로 구성된 ‘업계·전문가협의회’를 통해 개별기업이 아닌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