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실종 송혜희’ 막을 지문등록, 사각지대 막을 방법은

by정윤지 기자
2024.09.19 17:26:29

지난달 말 기준 18세 미만 아동 등록률 68.1%
정보 취약 계층은 "처음 들어봤어요"
등록돼 있어도 사후관리 안 돼 '구멍' 생기기도
전문가들 "실종 많은 8세 미만이라도 의무화해야"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실종된 딸 송혜희양을 25년간 찾다가 숨진 아버지 송길영(71)씨의 사연이 알려지며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실종 아동 방지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실종 방지에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평가받는 사전지문등록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아동들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의무화 등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3월 30일 대구 강북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대구 북구 홈플러스 칠곡점에서 아이의 지문을 등록하고 있다. (사진=대구 강북경찰서 제공)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18세 미만 아동의 지문등록 비율은 68.1%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29.9% 수준이던 지문 등록률은 이후 점차 증가했지만 아직 10명 중 3명가량의 아동은 실종된다 하더라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사전지문등록제는 아동의 지문과 얼굴, 보호자 연락처를 경찰 시스템에 등록해 놓은 뒤 해당 아동이 실종되면 신속히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2012년 마련된 제도다.

경찰은 보통 미아 방지를 위해 유치원 및 어린이집 등 영유아 교육·보육 기관과 협업해 지문등록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데일리 취재 결과 사정상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부 가정은 이 제도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 이 같은 허점은 크게 드러났다. 경기도에 사는 베트남 출신 여성 짱(33)씨는 지난해 12월 4살배기 아들을 동네에서 잃어버렸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서툰 짱씨는 “30분 정도 만에 지나가던 시민이 데리고 있던 아이를 찾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짱씨는 “사전지문등록제라는 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몽골 출신으로 서울 관악구에 터를 잡은 20대 여성 A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이 제도는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A씨는 지난 3월쯤 20개월 아들을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잃어버렸다. A씨는 “아파트 경비분이 아이를 데리고 있었는데,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며 “이 제도를 알았다면 진작 등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에 아동이 등록돼 있어도 사후 관리가 잘되지 않아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보호자가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보육원에서 일하는 정모(37)씨는 2018년 개인적으로 이 제도를 알게 돼 돌보고 있는 아이들의 정보와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등록했다. 시간이 흘러 그중 20명 정도는 보육원을 퇴소해 가족에게 돌아갔다. 그런데도 해당 아이들의 보호자는 여전히 정씨로 돼 있다. 정씨는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은 보호자들과 연락이 어려운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보호자와 닿기 힘들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미아 찾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지문등록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논란 때문에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실종 당시 아이 연령은 3~5세가 53.5%로 가장 많았고 6~8세(30.4%)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실종이 많은 연령대인 8세 미만 아이들만이라도 지문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도 홍보 자체는 잘 돼 있지만 정보 등에 취약할 수 있는 아이들이 지문을 등록할 수 있도록 8세 미만이라도 의무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경찰이 자신의 신원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하더라도 지문만 등록돼 있다면 금방 보호자에 인계할 수 있다. 목숨과도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원장)도 “정보에 취약한 가정도 분명 있는데 그에 비해 보호는 안 되고 있다”며 “보호자의 상황이 바뀌었을 때 업데이트가 잘 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의무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