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조사국 "일시적 공급 요인에 물가 오른 것…추세적 둔화"[일문일답]

by하상렬 기자
2023.11.30 15:55:10

한국은행 11월 수정경제전망 기자설명회
올해 성장률 1.4% 유지…내년은 2.1%로 하향
물가 전망, 올해·내년 각각 3.6%·2.6%로 상향
"내년 내수 둔화되면서 물가 하방압력"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조사국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추세적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적으로 수요 압력과 비용 압력이 약해지면서 둔화할 것이란 판단이다.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30일 수정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국장은 “길게 보면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곡물 가격이나 원자재 가격이 추세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며 “올 하반기 들어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 연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오르긴 했지만, 내년 말쯤 당초 경로로 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6%로 집계하면서 석 달 전 전망치(3.5%)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6%로 잡으며 기존 전망(2.4%)보다 0.2%포인트 올렸다. 내후년의 경우 2.1%로 처음으로 전망치를 내놨다. 일시적으로 물가가 튀긴 했지만, 당초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4%, 2.1%로 전망했다. 올해는 석 달 전 전망을 유지했고, 내년 전망은 0.1%포인트 하향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을 고려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내후년 성장률은 2.3%로 잡았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경훈 모형전망팀장, 김민식 조사총괄팀장, 최창호 조사국장, 김웅 부총재보, 박창현 물가동향팀장, 윤용준 국제무역팀장.(사진=한국은행 제공)
다음은 한은 조사국과의 수정경제전망 기자설명회 일문일답이다.

△(최창호 조사국장) 물가를 전망할 때 정부 정책과 관련해선 발표된 내용으로 한다. 자체적으로 인상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안해서 가정하고 있다. 얼마 전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공기업 적자가 누적돼 있어서 향후에도 전기, 도시가스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가정했다. 인상 폭이나 시기는 구체화되지 않았기에 세부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창현 물가동향팀장) 전기요금 경우 14% 정도 올랐고, 도시가스 5~6% 정도 올랐다. 지난번(8월)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정했는데 앞으로도 점진적인 인상 방침으로 알고 있다. 지난번 수준과 비슷한가를 답변드리긴 어렵고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가정했다.

△(최창호) 대외 여건 측면에선 IT 경기가 세계 교역 측면에서 회복될 것으로 봤다. IT 경기는 당초 봤던대로 4분기부터 개선되고 있는데 회복 속도는 빠르다고 보고 있다. 내수 측면에선 고금리·고물가 영향이 이어지면서 소비 증가세가 낮아지겠지만, 설비투자 증가율은 높아진다. 전체적으론 성장률이 내렸는데 내수 측면에서 물가 하방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올린 것은 8~9월 물가가 올라간다고 봤지만,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예상보다 오른 측면이 있다. 이를 감안해서 물가상승률은 내년 올렸고 성장률은 대외 측면이 개선됐지만 소비회복 모멘텀 측면에서 약화된 것을 고려해 낮췄다.

△(김웅 부총재보) 잠재성장률은 추정이기에 숫자가 바뀔 수 있다. 추정치보다 튈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올해 2.1%, 내년 2.2%로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와 내년 2.0%로 보고 있다. 한은도 잠정적이긴 하지만 이번에 추정된 경제 전망치를 기초로 보면 올해와 내년 2.0%로 보고 있다. GDP 갭이 언제 마이너스를 벗어나느냐는 향후 성장률 실적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3분기 실적치를 기초로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 발표는 두 가지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팬데믹 기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해 컨센서스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또 GDP 기준연도가 재집계되는 타이밍도 감안해서 내년 중 발표할 것이다.

△(최창호) 오늘 10월 산업활동 동향이 나왔다. 산업생산이나 설비투자가 감소했다. 8~9월 중 반도체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워낙 크게 반등했기에 그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최근 3~4개월 흐름을 보면 소비 관련 지표는 모멘텀이 약화되는 상황이나 수출이나 설비투자, 제조업 생산 지표는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지표가 둔화되긴 했지만, 당초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웅) 한은은 내년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췄고, OECD는 0.2%포인트 상향했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을 OECD에서 높였다. 그에 따라 우리의 성장률이 조정됐다고 이창용 총재께서 설명해 주셨다. 부문별로 보면 순수출 기여도를 OECD가 더 크게 봤다. 소비는 더 낮게 봤고, 투자는 더 크게 봤다. 조건부 전망이다 보니 전망 기관마다 숫자가 다를 수 있다.



△(김민식 조사총괄팀장) OECD 조정 변화 폭을 보면 순수출이 당초 0.5%포인트 기여한다고 봤는데, 0.4%포인트 올렸다.

△(최창호) 실질소득을 대략 계산해 보면 2021년까지는 플러스(+)였다. 작년과 올해는 마이너스(-)였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외에도 실질소득이 낮아진 것이 소비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내년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기에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

△(최창호) 물가를 상향 조정 이유는 내년 소비를 하향 조정했기에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이 8월 전망 때보다 다소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8월 이후 크게 오른 공급 충격이 있었다. 그게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영향을 주기에 공급 압력이 커졌다. 그렇지만 수요 측 압력이 약하기 때문에 비용 압력도 크게 보면 둔화되는 흐름이다. 실제로 수요 측 요인이 얼마고, 공급 측 요인이 얼마인지는 추정 방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량화해서 언급하기 어렵다. 미국은 워낙 노동시장 압력이 크기에 물가 둔화가 더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유럽은 수요는 약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요인으로 작용하고 최근에는 노동시장 쪽 압력도 크다. 한국은 누적된 비용 압력이 있다. 2%로 돌아간다는 확신한다는 수준을 단정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 기본 전망으로 보는 물가전망이 2% 초반 수준으로 내년 말이나 그다음해 초반 정도라고 했는데, 여전히 1년이나 1년 반 시간이 많기에 불확실성 커서 지켜봐야 한다.

△(김민식) 지표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수요 측 압력이나 기조적인 물가 둔화 흐름을 보기 위해서 근원물가를 보고 있다. 근원물가 흐름을 보면 수요 측 압력이나 기조적인 흐름은 내려가는 국면이다. 목표 수렴 시점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는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최창호)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직후 불확실성이 컸다. 지금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지만, 당시 90달러 중반이었다. 그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몰랐기에 가능성을 말씀드린 것이었다. 현재 전망은 여전히 물가 불확실성 크지만 내려와 있고 농산물 가격도 예년 수준보다 높지만 내려와 있다. 목표 수렴 시점이 조금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단기적으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그 이후엔 경로가 조금 차이 나더라도 크게 차이가 안 나는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최창호) 소비를 당초 예상보다 상반기 하반기 모두 0.3%포인트씩 낮췄다. 큰 차이는 없는데 기저효과가 좀 있다.

△(김민식) 전년동기대비 판단할 때 기저효과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상저하고 이런 프레임을 썼는데, 내년은 그런 프레임보단 전반적으로 성장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국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김민식) 중장기적인 구조변화로 인한 물가 흐름 변화에 대해선 상정하지 않았다. 기후 변화, 친환경 전환 등 글로벌 경제 구조변화가 장기적인 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연구들을 많이 하고 있다. 2025~2026년 이후에 실제로 물가가 과거와 같이 2% 수준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있고 불확실하다. ‘뉴노멀’로 갈 것인가는 컨센서스가 없기에 그런 부분을 공부하고 있다.

△(최창호) 전반적으로 물가 흐름 자체가 기조적으로 보면 수요 압력이 약해져있고 비용압력 자체도 유가나 여러 가정을 하게 될 때 내려가는 경로로 가정하고 있다. 지난 전망치보다 조정될 수는 있는데 비용압력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전제로 하는 가정이 있다. 그런 게 내려가는 것으로 전제했다. 길게 보면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여러 가지 곡물 가격이라든지 원자재 가격 이런 것들이 일시적으로 변동성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추세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런 것들을 반영해서 물가가 둔화되는 흐름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 들어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계절적 패턴으로 올라간다고 봤지만 상당히 빠르게 올랐다. 그런 영향이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해소되기에 그런 점들 반영해서 전체적으로 연간 평균이 올랐다. 내년 말쯤 가면 당초 경로로 가는 측면에서 이해해 주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