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인정한 'NRDO'…SK, 새바람 일으키나

by송영두 기자
2021.07.29 16:04:22

SK플라즈마, 티움바이오와 NRDO 신사업 진출
외부 후보물질 도입해 임상 중간단계 기술수출 모델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 출신 김훈택 대표가 설립
혈액제제 전문에서 신약개발기업 변신 본격화
대기업 진출로 국내 NRDO 시장 활성화 전망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혈액제제 전문기업 SK플라즈마가 바이오 신사업으로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선택했다. 티움바이오와 공동으로 진행할 NRDO는 향후 SK플라즈마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또한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다소 침체해 있던 국내 NRDO 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지난 28일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및 NRDO 사업 등 신규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1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SK플라즈마 모회사인 SK디스커버리(006120)와 함께 티움바이오(321550),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VC)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참여한다.

이날 SK플라즈마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시장 진출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희귀난치성 질환은 5000~8000종에 달하지만, 치료 방법이 없거나 허가받은 치료제가 소수에 불과해 블루오션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회사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NRDO를 적용할 계획이다. NRDO는 기업, 연구소 등 외부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 중간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하는 모델이다.

업계에서는 치료제 개발 경험이 적은 SK플라즈마가 티움바이오와 함께 NRDO를 통해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플라즈마는 이미 NRDO 경력자 채용에 나서는 등 회사 내 신사업(NRDO)팀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SK플라즈마 관계자는 “티움바이오와 NRDO 사업에 새롭게 진출할 것이다. 관련 시장과 환경을 고려해 구체적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선택”이라며 “다만 NRDO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후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상업화까지 도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말했다.

투자업계(IB)는 SK플라즈마가 티움바이오와 NRDO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 R&D(연구·개발) 센터장 출신 김훈택 대표가 설립한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R&D와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강점”이라며 “SK플라즈마는 의약품 제조 유통 경험과 기반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SK플라즈마는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호주 CSL을 모델로 한 성장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SK플라즈마는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호주 CSL 성장 전략을 따라갈 것”이라며 “CSL은 혈액제제 생산에 더해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치료제, 유전자치료제 개발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신약개발기업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SK플라즈마도 이와 유사한 성장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NRDO 신사업 진출이 IPO(기업공개)를 예정하고 SK플라즈마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혈액제제 기업에서 신약개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외부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티움바이오와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면 기업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SK플라즈마 대표(왼쪽 두번째)와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사진=SK플라즈마)
SK플라즈마와 SK 사단으로 꼽히는 티움바이오가 전격적으로 NRDO 사업 진출을 결정하면서 국내 NRDO 시장 활성화도 기대된다. 국내 대표 NRDO 기업 브릿지바이오를 이끄는 이정규 대표는 “외부에서 가치 있는 신약물질을 도입해 키워 수익을 내는 모델인 NRDO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SK플라즈마의 신사업 진출은 국내 NRDO 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도 “의약품 생산과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에서 바이오텍과 같이 NRDO를 통해 신약개발을 하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여전히 NRDO 사업의 불확실성을 지적하지만, SK플라즈마의 NRDO 사업 진출은 대기업이 NRDO 사업의 비전을 인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