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빛바랜 `황금알`…면세점업계, 신용등급 줄강등 위기

by함정선 기자
2017.07.19 14:45:17

면세점 기업 신용등급전망 잇따라 ''부정적''
中 사드 보복 해결해도 경쟁심화로 재무부담 커져
롯데·신라, ''AA''급 우량기업도 ''흔들''

(자료=한국신용평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기업들이 줄줄이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완화돼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온다 해도 심화한 경쟁 때문에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1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올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주요 면세점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상반기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세계조선호텔 등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내렸다.

특히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AA+’,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은 ‘AA’로, 그동안 회사채시장 최고등급 수준을 유지해온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하향할만큼 면세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르면 연말까지 면세점업체 실적이나 면세점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마저 강등될 수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면세점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와도 면세점업계 실적이 단기간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한몫했다. 사드 문제보다 면세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수익 저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 업계 1위인 호텔롯데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감소했는데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 조치가 3월15일인 것을 고려하면 이익 감소가 사드 보복 영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쟁이 심화하며 기업들의 수익 저하와 함께 재무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면세점 투자, 신규사업 확대 등으로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텔롯데는 해외 면세점 확대와 호텔 인수 등으로 2014년 1조8000억원이었던 차입금이 지난해 말 3조7000억원 규모로 2배로 불어났다. 신세계조선호텔도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와 신규 시내면세점 운영 등으로 2011년 277억원에 불과했던 차입금이 지난해 1964억원까지 늘어났다. 호텔신라는 창이공항, HDC신라면세점 투자 등으로 5400억원까지 늘어난 차입금을 롯데정밀화학 지분 매각 등을 통해 3800억원까지 낮췄지만 홍콩공항면세점 시설투자와 미국 기내면세점업체 지분 인수 등으로 3000억원 수준의 차입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평가업계는 사드 보복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르면 올 연말 신용등급 자체가 하락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현재 신용등급은 ‘A-’로 등급이 하락할 경우 ‘BBB’급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 일각에선 업계 구조조정이 없으면 `AA`급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준 한신평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없으면 업황이 단기간에 예전처럼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기업들의 과점시장이 돼야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는데 새 정부 정책기조상 이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