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종원 기자
2015.11.09 19:23:52
칭화유니 샌디스크 인수 이어 낸드 공장 건설
D램 보다 성장성 큰 낸드 집중 성장 전략
“중, 손해나도 만들 것…정부·업계 총력전 펼칠때”
[이데일리 장종원 김자영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려는 중국의 행보가 본격화됐다. 메모리반도체 중 성장성이 큰 ‘낸드 플래시’를 우선 공략 대상으로 점찍고 인수·합병(M&A)과 신규 시설투자로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중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움직임에 한국의 ‘반도체 강국’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자회사인 통팡쿼신의 유상증자를 통해 600억 위안(약 11조원)을 들여 낸드·노어 플래시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생산라인 건설기간 2년에 투자 회수기간 6.28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메모리반도체 중 낸드 플래시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앞으로 성장성이 큰 데다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고는 확고한 강자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낸드 플래시 시장 규모는 올해 299억 9400만 달러에서 2018년 371억 27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앞서 칭화유니그룹은 지난달 미국 웨스턴디지털을 앞세워 미국의 낸드 플래시 업체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 500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샌디스크는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인 일본 도시바와 합작한 회사다. 인수를 시도했다 실패한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역시 세계 3위다.
중국은 지난해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1200억위안(약 2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반도체 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전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반도체를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의 행보 역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와 맞물린 것이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국가 지능형반도체추진단장)는 “칭화유니그룹이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만들더라도 생산기술 최적화를 위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낮은 수율로 손해가 나더라도 계속 투자할 것이고 결국은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칭화유니그룹이 낸드 플래시 시장에 안착한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IHS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38.3%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도시바(26.7%), 마이크론(19.9%), SK하이닉스(000660)(15.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 인텔이 중국 다롄의 공장에 55억달러(약 6조 2000억원)를 들여 3차원 낸드플래시 등 생산시설을 갖추겠다고 선언하는 등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시장 공략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내 전문 인력에 대한 스카웃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송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지적 자산이 재료가 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 되기 전에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과 산업인프라 구축 등에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낸드플래시(NAND Flash):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 등에 음악, 사진, 동영상 등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도 탑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