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부담됐나…JY, 등기이사 복귀 안한다

by김정남 기자
2024.02.20 17:33:45

삼성전자, 다음달 20일 주주총회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미뤄
준감위 "적절한 시점에 참여해야"
새 사외이사에 신제윤·조혜경 내정

[이데일리 김정남 최영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부당합병 혐의 관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한 상황에서 복귀하는 것은 회사 경영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해 5공장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는 2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주총은 다음달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연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책임 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사법 리스크를 덜면서 ‘대표이사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검찰이 ‘이재용 무죄’에 불복하고 항소를 결정하면서 올해는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재판이 3심까지 갈 경우 사법 리스크가 수년 이상 또 장기화할 수 있는 탓이다.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 경영에 해가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그룹 전체의 새 먹거리를 구상하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에 국한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오너로서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00640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다른 계열사들의 현장까지 점검해 왔다. 재계의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외에 삼성물산, 삼성SDI 같은 주요 회사들의 이사회에 모두 참여하는 그림은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회장의 이사회 참여를 바라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준감위 3기 첫 정기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미뤄진 것은 경영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등기이사 복귀가 빠른 시일 내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는 이날 신임 사외이사에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현재 사외이사 중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임기가 각각 내달 22일 끝나는데, 신 전 위원장과 조 교수는 그 후임이다. 두 인사는 주총을 통해 공식 선임된다.

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등을 지냈다. 이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과 제1차관을 거쳐 2013년 제4대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조 교수는 로봇 전문가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 위원,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 한국로봇학회 19대 회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