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바닥 드러내는 지역화폐…‘존폐 기로’
by문승관 기자
2022.05.09 17:55:25
제주, 올해 확보 예산 81% 사용…사업 중단 결정
전남·광주·대전 등 지원금 소진 가팔라 추경 필요
‘이재명 지우기’…尹 정부, 지역화폐 손질 불가피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움츠렸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발행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발행지원금 소진과새 정부 지원축소 계획으로 사업 중단 위기 처했다. 지역화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는 ‘이재명 지우기’의 하나로 지역화폐의 몸집 줄이기에 나설 전망이다.
9일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제주도가 발행 지원 예산 소진으로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역화폐 사업을 중단한 가운데 광주·전남·대정 등 전국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액 급증으로 올해 편성한 발행 지원금 소진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1일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도 지역화폐 ‘탐나는전’ 사업을 중단했다. 제주도는 판매량 급증에 따른 예산 조기 소진을 발행 중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말 기준 탐나는전 발행액은 15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제주도가 확보한 예산 1914억원의 81.1% 수준이다.
제주 지역 상공인과 경제계에서는 “경기 활성화와 소상공인 상생을 위해 도입된 만큼 행정이 적극적으로 재정 투입을 장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지역화폐 발행 중단 위기에 처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최근 지역화폐 발행액이 급증하면서 올해 편성한 발행 지원금 소진이 오는 8월에서 6월로 2개월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진한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시급하지만 통상 추경 일정이 8~9월이어서 지역화폐 발행 공백이 우려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가파르게 상승한 발행액 할인율을 인하하기도 했다. 순천시는 올해 지역화폐 예산 76억원이 오는 7월 전량 소진될 것으로 봤다. 순천시는 10%였던 구매 할인율을 이달 부터 5%로 인하하면서 예산 소진 시기 조절에 나섰다.
나주시도 오는 7월이면 예산이 전액 소진돼 추경을 통해 시비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며 할인율도 5%로 낮춘다. 해남군 역시 지역화폐 예산이 6월이면 전액 소진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구매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5~8%로 낮춰서 지원한다.
대전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은 4%의 국비를 확보해 오는 9월까지 6%의 시비를 더해 10%의 캐시백을 유지키로 했다. 그 이후엔 국비 지원 비율에 따라 유기적인 혜택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이미 배정된 온통대전의 국비를 축소하거나 지급을 중단하면 9월까지의 10% 혜택 유지마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정선 전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관공서나 시·군, 지역민들이 지역화폐를 많이 활용해 지역 소비 진작에 큰 역할을 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지역 골목상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역화폐 덕분이었는데 수정할 점은 수정하고 보완할 점은 보완해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