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소방청에 기부라도 하겠다”…핀란드 통신장비 업체의 호소, 왜
by노재웅 기자
2021.11.17 16:09:31
핀란드 기업 ‘사복스’, 통신 컨트롤러 헤드셋 솔루션 출시
핸즈프리·골전도 마이크 등으로 재난 상황 통신 두절 방지
“8만 한국 소방관 안전에 필수품”…군부대 입찰에도 참여
| 사복스의 한국총판인 제이시에스의 권기백 대표가 12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사복스 통신 컨트롤러 헤드셋 솔루션을 장착한 소방관 마네킹을 두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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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진심으로 한국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저희 제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가능하다면 대사관과 함께 기부로 지원할 생각도 있습니다.”
40년 역사의 핀란드 통신 특수장비 전문기업 사복스(SAVOX)는 지난 12일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자사 솔루션을 장착한 소방관 마네킹을 가져와 세워둔 채로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이름도 낯선 외국 기업이 한국 소방관들에게 특수 통신 솔루션을 기부까지 하겠다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사복스는 대한민국의 열악한 소방 환경을 가리키며 자사 솔루션이 ‘공공안전을 위한 필수재’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사복스의 한국총판인 제이시에스(JCS)의 권기백 대표는 “한국에서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업무 중 순직하고 있다”며 “화재 현장에서의 통신 두절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4명이 한팀으로 화재 진압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은 두꺼운 방화복 상의 주머니에 무전기를 넣고 사용한다. 화재 진압을 위해 두 손을 사용하는 소방 작업 중엔 무전기 조작이 힘들뿐더러 통신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워 대부분 수신호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017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도 소방관들이 사용하던 무전기가 먹통이 된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권 대표는 “콜센터 상담원들도 예전에는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업무를 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자 헤드셋으로 전환했다”며 “생명이 걸린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에게 특수 통신 헤드셋은 훨씬 더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복스는 지난달 제이시에스와 한국총판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30여개국 소방청·경찰청·군부대 등에 솔루션을 납품하며 유럽 최고의 통신 특수장비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국 소방서 납품을 목표로 크게 3가지로 구성된 헤드셋 세트를 우선 선보인다. 사복스가 국내에 선보이는 소방 솔루션은 △심한 소음을 차단해 청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골전도 마이크로폰을 사용해 마스크 착용 시에도 통신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헤드셋’ △인터컴과 라디오, 모바일, LTE 등과 결합이 가능하고, 본부와 팀원으로 이원화해 다양한 팀 교신을 지원하는 ‘통신 허브’ △두꺼운 장갑과 보호의류 착용에도 편리한 푸시 기능으로 핸즈프리 통신을 제공하는 ‘PTT유닛’ 등으로 구성돼 있다. 모토로라와 하이테라 등 기존 무전기를 기본으로 사용하되, 이들 솔루션을 무전기에 연결해 소방 작업 중에도 원활한 통신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2018년경 국내 한 연구팀도 지역 소방서와 공동으로 안테나와 무전기를 헬멧 안에 삽입한 일체형 솔루션을 개발한 바 있지만, 발열과 폭발 위험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 상용화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현재 국내에서 무전기를 제외하고 소방관들에게 제공되는 통신 지원장비는 전무한 상태다.
사복스의 소방 솔루션은 1개 세트당 약 150만원이다.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인해 정부 예산을 새로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영업을 위해 오는 24일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부스를 꾸리고, 본격적인 실무자 미팅에 나설 예정이다.
권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방관 한 사람이 하나의 무전기조차 소지하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 통신장비가 더 개선돼야 함을 소방 현장은 물론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전기 외 주변기기 도입은 국내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사복스 솔루션을 ‘나이스 투 해브’로 볼 것이냐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저희는 헤드셋을 필수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나온 100억원 규모의 군부대 청력보호 헤드셋 입찰에도 참여했다. 점차 소방에서도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끔 솔루션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