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日 재고 90일분 확보..`1일 SCM` 유지 사활
by양희동 기자
2019.07.22 16:35:53
삼성 스피드 경영 핵심 ''1일 SCM''..日제재로 위협
2017년부터 스마트폰 등 완제품 사업에 정착
''내일 생산을 오늘 결정'' 세계 유일 제조 혁명
일본 제재 장기화..재고 비용 및 원가 상승 우려
| 삼성전자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무선통신·컴퓨팅 장비 분야 공식 파트너로서 일본 도쿄에 지난 3월 개관한 갤럭시 쇼케이스 ‘갤럭시 하라주쿠(GALAXY Harajuku)’ 건물 전경.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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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 ‘스피드경영’의 핵심인 ‘SCM(공급망 관리) 1일 결정체제(이하 1일 SCM)’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재로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세계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전 세계 통신사와 유통업체들의 스마트폰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 그 결과를 곧바로 다음날 생산에 반영할 수 있는 1일 SCM 제조 혁신을 이뤘다. 제품의 소재·부품 조달에서 재고 처리까지 SCM 전 과정을 하루 단위로 결정해, 생산 관리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은 물론 TV, 가전 등 완제품 사업 전반에 1일 SCM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다음달 중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뺄 가능성이 커지면서 1일 SCM 체제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삼성전자가 모든 협력사에 90일분의 일본산 부품·소재 제고 확보를 요청한 것도 1일 SCM 체제 유지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 직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 뿐 아니라, CE(소비자 가전)·IM(IT·모바일) 부문 등 완제품 담당 세트 사업에도 일본 제재 대비를 주문한 것은 1일 SCM 유지가 핵심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가전 및 스마트폰 관련 부품계열사와 협력사 등에 모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와 부품 전 품목에 대한 90일치 이상 재고를 비축해달라”고 요청했다. 재고 확보에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은 삼성전자가 모두 부담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삼성전자가 모든 분야에서 일본산 소재·부품 재고 확보에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정착시킨 1일 SCM이 일본 제재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다음달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Barclays Center)에서 공개할 올 하반기 전략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 출시를 앞두고 1일 SCM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삼성전자의 1일 SCM은 생산과 재고를 하루 단위로 관리해 기존 업체들이 지출하는 창고·물류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줄인 제조 혁신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과 달리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완제품은 신제품이 출시된 이후 시간이 지나면 판매가격은 하락하고, 재고 관리를 위한 비용은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일 SCM 구축을 통해 이런 관리 비용 부담을 사실상 없앴다. 이는 정확한 시장 수요 예측과 생산 관리, 부품 조달 속도 등을 극도로 최적화한 기업만이 가능해 삼성전자 스피드 경영의 핵심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이후부터 SCM 최적화를 위해 20년 가까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왔고, 2006년 TV 세계 1위, 2011년 스마트폰 세계 1위 등을 연이어 달성한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일 SCM은 쉽게 말해 내일 생산할 것을 오늘 확정하는 시스템”이라며 “모든 부품 공급업체들이 이 시스템에 제조와 납기를 맞추고 있는데 일정이 어긋나면 생산라인이 아예 멈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신제품 출시가 임박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터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009150)·삼성SDI(006400) 등 부품 계열사들과 협력사들까지 모두 일본산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부품계열사가 생산하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증착 소재와 스마트폰용 배터리의 분리막, 카메라모듈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등은 일본산 소재·부품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일본 제재가 장기화 될 경우 1일 SCM 유지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시 예상되는 90일 통관절차에 맞춰 부품계열사와 협력사들이 재고를 계속 보유하면 그만큼 완제품 생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완제품의 원가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일 SCM에선 부품계열사나 협력사들도 최소한의 재고만 유지해 왔고 창고·보관 비용도 그에 맞춰져 있다”며 “일본 제재가 장기화 되면 삼성전자는 물론 모든 협력사들이 재고 관리에 대한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