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옥시 前대표 무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또 죽였다"

by고준혁 기자
2017.01.06 17:46:17

法, 신현우 전 대표 징역 7년·존 리 전 대표 ''무죄''
"선고형량 너무 낮아…유가족 물론 국민도 납득 못 해"
"공소시효로 2009년 이전 범행 처벌불가" 檢 늑장수사 비판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 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가 6일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고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환경시민단체와 피해자 가족들이 1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피해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결과”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4년간 손을 놓다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검찰에도 비난의 화살을 가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는 6일 ‘유례없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벌어져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나라’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선고형량이 말도 안 되게 낮은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최창영)는 가습기살균제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출시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존 리 전 대표에겐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0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세퓨의 오유진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노병용 롯데마트 전 대표와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 본부장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내렸다.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에는 각각 벌금 1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단체에선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1%는 책임자에게 무기징역을, 31%는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망자가 1112명에 이르고 이 중 정부에서 폐 손상 관련성이 확실하거나 높다고 확인된 1~2단계 피해 사망자만도 113명이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이사나 자문도 아닌 회사를 대표한 책임자인 존 리 전 대표에게 내려진 무죄는 매우 황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의 치명적인 또 하나의 문제는 공소시효 적용”이라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지난 2005년에서 2009년 사이에 나왔는데 2009년 이전에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해선 제조사들에게 아무런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소시효 문제는)검찰에 책임이 있는 부분으로 환경단체는 지난 2012년 8월 첫 형사고발을 했는데 그때 바로 수사에 착수해 기소했어야 했다”며 “검찰이 4년을 허송세월하며 지난해 수사에 착수한 탓에 옥시 측은 그동안 증거를 은폐·조작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검찰의 늑장 수사와 외국인 임원 봐주기, 법원의 안이한 판단, 정부의 책임 회피가 어우러진 결과”라며 “이대로라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결코 막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