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선주자' 국힘 시도지사, 대권 도전 러시

by박종화 기자
2025.04.09 15:19:16

오세훈·홍준표 등 시도지사 7명 출마 선언·거론
행정경험 앞세워 대망론 띄워
''내년 지방선거 사전대비'' 평가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잇달아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꿈을 이뤄보겠다는 포부지만 일부 단체장은 ‘체급 올리기’용으로 대선 정국을 활용한다는 평가도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9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9일 각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각기 13일과 14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의 출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12명 중 절반 이상이 잠룡을 자부하거나, 잠룡으로 거론되는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중앙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있지만 ‘작은 정부’를 운영하며 행정 경험을 쌓은 강점을 갖고 있다. 유 시장은 “인천에서의 압축된 노하우를 전국으로 확장해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지사도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하며 지역사회를 혁신하여 국가혁신 모델이 되도록 만든 실력도 있다”고 말했다. 시·도 행정을 책임지며 지역에서 조직 등 영향력을 다진 것도 광역자치단체장의 대선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대선에선 광역자치단체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서울시장 정도의 경력이 아니면 당내 경선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평가 절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광역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위상이 달라졌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의원직을 과감히 던지고 ‘하방’한 것도 광역자치단체장의 달라진 무게감을 보여준다.

일부 시·도지사는 이번 대선을 이름 알리기, 체급 키우기용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계엄·탄핵 충격을 떨쳐내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시·도지사들이 대선 경선에 대거 나선 건 경선을 통해 인지도·지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일종의 내년 지방선거 사전대비로도 볼 수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민의힘이 리더십 공백에 빠진 상황에서 대선 이후 그 빈틈을 노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